과거 미술 반추해 오늘을 돌아보다

오스카 슐레머 ''3인조 발레''의 무대의상 재현과 백남준의 ''최초의 디지털 작곡가 스콧 조플린''(맨 오른쪽) /사진=조상인기자

그림마당 민에서 선보였던 작가 박영숙과 윤석남 공동작업인 ''자화상'' /사진제공=소마미술관

● 국립현대미술관 '바우하우스'전

100년전 예술교육 자료·그림 으로 융복합 예술 원류 찾고 인간 성찰

실험정신 백남준 작품 등도 선봬

● 소마미술관 '레트로 86~88'전

1980년대 후반 서울 화랑가 재현… 정치현실 담은 민족미술 등 소개

현대미술사 공부로 향수 젖기도


과거를 다시 보면 현재가 왜 이런 모습인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30년 전 옛 노래가 리메이크로 젊은층, 중장년층 등 모든 세대의 감수성을 흔들 듯 과거의 예술은 오늘을 새롭게 보는 역할을 하곤 한다. 마침 주요 미술관들이 지난 미술사를 반추하며 현대인을 위한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배움 자체가 예술 '바우하우스'=바우하우스는 건축을 의미하는 독일어 바우(Bau)와 집을 뜻하는 하우스(Haus)를 결합한 단어로, 100년 전인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 설립돼 1933년 나치가 강제 폐교하기 전까지 존속했던 새로운 형태의 예술교육기관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져 허영을 부리던 예술을 기술·공예 등과 통합시키려 한 바우하우스의 교육방식은 건축·가구 등에서 지나친 장식을 배제하고 그 기능과 디자인의 조화를 강조하는 특징으로 나타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독일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과 공동기획한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인간,공간,기계' 전을 서울관 제7전시장 등지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에서 벗어나 요즘 대세인 '융복합 예술'의 원류를 찾아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과 창작시스템에 주목했다. "놀면서 연습하면서 실험하는 배움"은 파티와 축제도 중시했고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무대공간을 연구했다. 전인교육과 창의적 인재 육성을 지향하는, 그러나 현실과의 괴리가 큰 우리 교육 현실에 시사점을 던지는 대목이다. 전시장에는 당시의 각종 교육자료와 그림·도안·사진 등이 전시됐고 무대디자인 실습과 퍼포먼스도 재현되지만 다소 난해한 면도 없지 않다. 바우하우스의 정신이 구현된 한국작가로 백남준을 비롯해 안상수+PaTI, 김영나·오재우·조소희·한경우 등의 작품도 선보인다. 내년 2월 22일까지. (02)3701-9500

◇응답하라 1980년대 한국미술!=겸재 정선과 단원·혜원 등으로 상징되는 조선의 미술은 근대 거장의 동양화로 명맥이 이어졌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림과 조각만이 전부이던 미술계에 영상과 설치 등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고, 이상향을 꿈꾸던 화풍은 일상적 삶을 바라보게 됐다. 오늘날의 '동시대 미술'은 언제, 어떻게 나타났을까? 올림픽공원 내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에서 14일 개막하는 '레트로(Retro)'86~'88-한국 다원주의 미술의 기원'전은 그 시작을 1980년대로 본 일종의 과거 탐색전시이다.

미술관은 30년을 거슬러 1980년대 후반 서울의 화랑가로 탈바꿈 했다. 한국의 정치현실을 직시하며 민족미술·민중미술을 전시하던 '그림마당 민'을 비롯해 국내 첫 사립미술관으로 당시 낯설던 행위미술·설치미술을 소개한 토탈미술관, 한국화 전문화랑으로 개관해 '한국화의 현대화(化)'를 이끈 동산방 화랑, 신진작가를 적극 소개한 관훈미술관, 한국의 전위미술을 이끌었으나 2001년 폐관한 서울미술관 등의 옛 모습이 되살아났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기획을 많았고 윤석남·이상현·석란희·문범·이종구 등 걸출한 작가들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현대미술사를 공부할 수 있고 그 부모세대는 향수에 젖어들 수 있는 전시다. 내년 1월11일까지. (02)426-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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