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YPF 국유화 조치로 유럽-남미 무역분쟁 치달아

아르헨티나 정부가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의 자회사인 YPF를 국유화한 것이 양국 간 외교마찰을 넘어 유럽연합(EU)과 남미대륙 간 무역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카렐 더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ㆍ브라질 세미나에서 "수일 안에 아르헨티나에 대한 보복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며 "EU 27개국의 무역제재는 아르헨티나 투자환경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스페인은 EU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외하자고 주장해 남미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졸지에 자회사를 빼앗긴 렙솔도 글로벌에너지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의 엑손모빌과 셰브런ㆍ코노코필립스에 서한을 보내 YPF 투자로 부당한 이득을 얻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렙솔이 빠진 자리를 경쟁업체들이 꿰차는 것을 막으려 포석을 놓은 것이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렙솔이 요구한 인수대금 105억달러가 터무니없이 많다며 요지부동이다. 로이터는 "아르헨티나는 이 문제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가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이나 걸리며 법정에서도 '공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변호하면 된다는 점을 믿고 버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4일 YPF의 에너지 생산이 부진해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분 51%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1일 스페인 전력회사 REE 소유의 송전업체 TDE를 일방적으로 국유화한 볼리비아도 REE와의 협상 끝에 "아주 적게 지불하거나 심지어는 아예 안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볼리비아는 TDE의 투자가 부진하다면서 군 병력을 동원해 시설을 장악한 후 국유화를 선언했다. AFP는 남미의 국유화 바람이 선거를 앞둔 다른 국가로도 퍼져나갈 수 있어 유럽ㆍ남미대륙 간 무역분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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