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미FTA, 걱정이 현실로

“걱정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럴 줄 알았지만 또 (정부에) 속은 기분이다”. 본지가 지난 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을 앞두고 “외교통상부가 협상중단을 우려해 강공책을 포기했으며 이에 따라 대미 협상에 저자세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후 표출된 국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를 취재한 기자도 처음에 기가 막힐 정도였으니 국민들의 이 같은 반응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협상 초부터 한미 FTA를 취재해왔지만 정부 내 협상전략 수립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양국간 협상내용조차 알아내기가 무척 까다롭다. 애초 “대통령이 보고받는 수준에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믿지는 않았지만 정보공개 수준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또 대내외 협상이 극비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거짓말(?)을 해도 밝혀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번 보도내용을 논의한 8월30일 FTA추진위원회 역시 회의 개최 사실마저 비공개로 해 내부 제보가 없었다면 취재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실제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자조차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에 정부 내부에서 이처럼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는 줄 몰랐다. ‘줄기세포’만큼이나 유명해진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이 내년 3월까지 협상 타결을 압박하고 있어 우리의 협상전략 수립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실감했다. 대통령, 국무총리, 각부 장관들이 “협상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 “시한 때문에 내용을 희생하는 일은 없다”고 연이어 강조해 ‘정말일까’ 하면서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공허한 달래기’에 불과했다. 지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이번 취재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협상단 내에서는 “대통령도 전문적인 통상협정의 세부내용을 알 수는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관료들의 정보 독점권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전체적인 협상과정과 더불어 세부적인 논의내용 등을 떳떳하게 공개할 때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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