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동북아, 어디로 가나] <1> 도널드 자고리아 전미외교정책협 수석부회장

"미·중, 중·일 갈등 심각하지만 신냉전으로 치닫지 않을 것"
경제적 상호 의존성 커지고 물밑접촉으로 충돌 가능성 희박
한국, 미·중 관계 다리역할로 亞 새 공동체 구성 기여 필요
북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 유도… 6자회담 다시 나올 기회 줘야


"현시점에서 동북아 지역의 최대 리스크는 통제불능 사태 발생의 가능성을 가진 중국과 일본 간의 동중국해 갈등입니다.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영토분쟁 등 다른 갈등도 커지는 '아시아 패러독스'라는 특수한 상황에 동북아 국가들이 직면해 있습니다." 도널드 자고리아(사진)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수석 부회장(뉴욕 헌터대 명예교수)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군대 간의 의사소통이 매우 드문 가운데 (순시선이나 어선 등) 선박들이 서로 가까이 접촉하는 등 매우 위험한 상황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동북아 지역 긴장고조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이 물밑에서 긴장완화 방안을 찾고 있어 양국 간 군사적 충돌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 "전략적 경쟁이 고조되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등 양국 지도자들이 상호갈등의 파괴력을 잘 알고 있어 동북아 지역에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세력과 신흥세력이 충돌해 파국에 이르는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Thukydides' trap)'을 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7월 17일 뉴욕 맨해튼의 NCAFP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자고리아 부회장은 한일 간 정상회담 권고나 일본의 집단자위권 옹호, 새로운 아시아 공동체 건설에 대한 중국 편입,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을 통한 6자회담 재개 등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권고했다. 이는 미 워싱턴 외교가 주류의 시각과 일치한다. 그는 한국에 대해 "한미일 3각 동맹이나 미중 간 관계개선 등에 다리를 놓아 동아시아 지역이 유럽연합(EU)처럼 새로운 아시아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갈등이 고조되는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큰 위험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중국과 일본 간의 동중국해 지역 분쟁입니다. 크게 위험한 상황이고 통제불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영공이나 해상에서 실질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발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그야말로 가능성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최근에는 일본과의 영토분쟁 지역에 진입하는 중국 선박 수가 줄어드는 등 희망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후야오방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아들인 후더핑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이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하는 등 양국이 긴장완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아시아 중심축(pivot to Asia)' 외교전략을 강화하고 중국도 아시아 지역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양국 간 전략적 경쟁이 고조되고 있지만 적절히만 관리된다면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새로운 모델의 강대국 관계'를 세우는 데 합의했어요. NCAFP는 올 1월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으로 지역 갈등이 커졌을 때 미중 고위급 관료들과 회동한 적이 있습니다.

양국 참가자들은 기존 세력과 신흥세력이 충돌하는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공동의 이해가 있는 지역에서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특정 분야의 이견으로 전반적인 관계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동북아 지역의 신냉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많은데요.

△신냉전시대 도래는 잔뜩 부풀려진 주장입니다. 양국 지도자들은 상호갈등이 양쪽에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역·투자 등 경제적으로 밀접해지고 인력교류도 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림팩)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는 등 군사적 교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정치외교적으로 미국에 가깝지만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입니다.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할까요.

△한국 정부는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가 동북아 안정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중국에 확신시켜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중국에 아시아 안보 시스템이 중국을 비롯한 어떤 국가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해야 합니다.

-아시아 안보지형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요.

△박근혜 정부가 지역안정을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데서 보듯 '아시아 패러독스' 해결에 기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아직 어느 국가도 미국의 아시아 동맹 정착 방식이나 중국과의 관계개선 방안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한미일 동맹의 갈라진 틈에 다리를 놓는 동시에 중국을 또 하나의 파트너로 유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도 미 동맹 시스템을 무력화할 게 아니라 더 큰 파트너로 합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이 그런 동맹구도를 받아들일까요.

△아시아에서도 EU처럼 중국 등 모든 주요 국가를 포함한 평화체제를 안착시켜야 합니다. 이는 모든 국가를 위한 작업입니다. 한미일 동맹 시스템에 중국이 안심하고 합류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봉쇄하지 않는 새로운 아시아 공동체, 새로운 파트너십의 기반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한미 공동의 임무는 중국을 아시아 동맹국을 포함한 새로운 아시아 공동체에 합류시키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지지한 데 대해 한국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본적 전략은 한국·일본과 동맹하고 3각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북한이 일본 근처의 미군 함정에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일본은 이를 격추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능력에 비해 바보 같은 제한입니다. 한국은 미일동맹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한국 방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베 정권의 국수주의적이고 군국주의적 성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일 간 긴장심화는 불행한 일입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국제적 이미지나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더 진전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점진적으로 관계개선의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정상회담이 필요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경제난이나 내부 권력투쟁 때문에 붕괴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김 위원장은 취임 2년 만에 인민무력부장을 네 번이나 교체하고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했습니다. 리더십이 아직은 약간 불안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 체제를 지원하는 한 김정은 체제가 붕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 주석이 올 7월 북한을 제치고 남한과 먼저 정상회담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라고 분석합니다.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여러 차례 도발한 데 대해 중국이 불만을 갖고 있으며 김정은 체제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피하고 현상유지를 위해) 북한과 단절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이라는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는 방법은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대가로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한다는) 2012년 합의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6자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은 가까운 장래에 핵무기를 포기할 계획이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나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대화 자체에는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화는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봅니다.

한·중·일 정통… 미국내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


■ 자고리아 부회장은
도널드 자고리아 수석 부회장은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전문가로 원로임에도 비영리 싱크탱크인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북한과 미국이 해빙 무드에 접어들 때마다 리용호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 겸 외무성 부상,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주요 북한 인사들을 뉴욕으로 초청해 여러 차례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동북아에서 주요 지정학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미국과 중국·일본·한국 등의 고위당국자들과 의견을 교환하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내부기류에도 정통하다. 지금까지 미중 관계, 북한 등 아시아 문제에 대한 300여편의 논문과 저서를 냈다.

◇약력 △1928년 미 뉴저지주 △1948년 미 러트거스대 졸업 △1963년 컬럼비아대 박사 △미 군사전략 싱크탱크 RAND연구소 연구원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자문위원 △헌터대 동아시아 국제과정 교수

◇주요 저서 '미중 관계 앞에 놓인 거친 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4자협력 증진방안' '교차로에 선 북미 관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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