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즐거운 설, 지갑을 열자

[데스크 칼럼] 즐거운 설, 지갑을 열자 강창현 chkang@sed.co.kr 올해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소망은 무엇일까. 아마 지난해보다는 조금 덜 힘들고 큰 사고 없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일 게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서민들은 더욱 이러한 소망을 마음에 담고 새해를 맞았다. 지난 연말부터 새록새록 살아나기 시작한 내수 관련 지표를 보면 올해는 이러한 일들이 결코 꿈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화점ㆍ할인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마지막 달인 12월에 전년 대비 두자릿수 신장을 기록했다. 소비자 기대지수도 8개월 만에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6개월 뒤 경기와 생활형편, 소비 등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새해 들어 내수에 '훈풍' 병술년 새해 들어서도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는 설을 앞두고 이 같은 내수훈풍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지표들을 반영해 중산층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설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준비하고 가격대도 저가보다는 중ㆍ고가 위주로 선보이고 있다. 기자가 지난 토요일 찾은 한 대형 백화점의 세일현장에는 그야말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근 몇 년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이번 세일에서 특이한 점은 세일 기간이라고 꼭 세일 품목만 사가는 것이 아니라 노(No)세일 제품도 잘 팔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심리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중산층의 소비가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아무튼 모처럼 느껴보는 풍요로움 같습니다. 올 한해가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백화점 매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바쁜 와중에서도 모두 환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장삿속에서 나온 멘트라고 할 수 있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지난주 말 세일 평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평균 20%정도 늘어난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하지만 이 같은 호조세가 이어지는 것은 녹록지 않다. 본지가 신년 들어 인터넷 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보면 응답자의 64%가 올해가 지난해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좀더 나아진다는 대답은 21%에 불과했다.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요즘 날씨처럼 먹고 사는 일이 삭막하고 힘들기만 하다. 재래시장이나 소규모 자영사업자들은 아직 회복기미를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제 아랫목에 약간의 온기가 들고 있는 상황이다. 윗목은 아직 냉랭하다. “오늘은 사납금 12만원을 채워야 합니다. 오후6시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 겨우 5만 3,000원을 채웠습니다. 서울역 앞에서 기름값이라도 아끼려고 40분을 기다리다 너무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새벽1시에 이 정도니 오늘도 완전 ‘꽝’이지요.” 지난주 목요일 자정께 종로에서 만난 택시기사의 하소연이다. 연말연시 내수회복 조짐은 지난해 실질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종의 버블일 수도 있고 지난 2년간 마이너스 소비증가에 따른 수치상의 결과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받길 다가오는 설, 아니 올 한해를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내수회복이라는 훈풍을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번 설에는 주변의 친지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하자. 특히 지난해 주가상승으로 여윳돈을 벌은 이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닫은 지갑을 열어야 한다. 희망을 가지고 여는 지갑에는 올 한해 모든 사람들이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박제가 선생이 주창한 ‘용사론’(用奢論)이 새삼 생각나는 시기다. “대개 재물은 샘물과 같으니, 샘물은 퍼내면 다시 가득 차지만 버려두면 말라버린다. 장사에 이익이 적어서 상업이 사라지면 모든 백성들은 가난해져서 서로 돕는 모습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1/09 16:55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