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폴 마틴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 소수정권이 불신임을 받고 물러나게 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 내년 1월에 치러질 조기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과반수 획득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놀랍지 않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은 캐나다의 주요 정당인 자유당과 그 반대파 보수당 모두에 책임이 있다. 자유당을 이끌어온 마틴 총리는 부패 스캔들로 도덕성에 흠집이 났고 스테픈 하퍼 보수당 총재와 그가 이끄는 당은 국가적으로 신뢰를 받는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조기총선 결과로 소수 정권이 다시 들어선다면 퀘벡 분리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위험하다. 이와 같은 정치적 불안정은 선진 7개국(G7) 공동체 안에서 가장 건전한 것으로 평가되는 캐나다의 재정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나 고든 브라운 등과 끈끈한 인연을 과시했었고 이번 부패 스캔들의 장본인이기도 한 장 크레티엥 전임 총리의 그늘은 끈질기게 마틴 총리를 따라다니고 있다. 실제 크레티엥 전 총리가 퀘벡의 분리를 막기 위한 홍보 차원에서 마련한 재원이 정치권에 불법적으로 흘러들어간 탓에 후임인 마틴 총리가 물러나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마틴 총리는 사법위원회가 이번 스캔들에 대해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내년 봄 이전에 총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좌파 성향의 신민당으로부터 누구에게나 인기가 없는 겨울 총선을 치르라는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민당은 최근 자유당 측이 의료사업 민영화 계획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유당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철회한 상태이다.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공공 의료사업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던 데 반해 이번 총선에서는 캐나다의 통합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마틴 총리는 퀘벡 통합을 강조하며 재집권을 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부패 스캔들로 인해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캐나다 정국 속에서 경제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캐나다의 공공 재정도는 마틴 총리의 성공적인 정책 수행으로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 감면 등과 같은 꼭 필요한 정책 입안은 자꾸만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