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유력후보 캠프마다 몰려든 대학 교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모양이다. 대선후보 진영이 학계를 대상으로 저인망식 영입작업에 나서면서 정치판에 뛰어든 교수(폴리페서)가 줄잡아 500여명을 웃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대선 중 가장 많은 규모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선캠프의 전화 한 통이라도 받지 못한 교수는 교수사회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번 대선은 굵직한 이념대결보다 정책경쟁에 치우치다 보니 교수들의 캠프 진출이 더 늘어난 것 같다. 전문성을 갖춘 학자들이 대선주자의 정책개발에 참여해 국정의 청사진에 도움을 주는 것 자체야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이 아니다. 교수들도 애써 쌓아온 지식과 역량을 한번쯤 현실에서 펼쳐보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들이 소신과 원칙 없이 카멜레온처럼 변신하고 철새처럼 옮겨 다니며 대선주자들의 입맛에 따라 맞춤형 정책을 들이미는 것은 문제다. 몇 해 전에는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돌연 증세론자로 표변하는 것이나 마치 복지의 전도사라도 되는 양 떠들고 다니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말로는 국리민복을 내세우고 있지만 집권 후 위원회 자리라도 하나 차지하겠다는 계산으로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이들이 훨씬 많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오죽하면 낮에는 교수, 밤에는 정치인이라는 말까지 나돌까 싶다. 정체성조차 불분명한 인물이 유권자 입장에서 국민행복이나 혁신경제를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정책 밑그림을 제대로 만들어낼지 의문이다.
선거 때면 교수들이 떼지어 정치판으로 몰려가는 것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왜곡된 현실에서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사회도 황폐화되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정치교수들이 득세한다면 대학사회는 네편 내편으로 갈갈이 찢기고 글로벌 경쟁력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교수들의 정치참여를 법으로 금지하기에 앞서 최고 지성인이라는 교수사회부터 먼저 자정 노력을 보여야 한다. 지금은 현실정치 참여가 정당화되던 군사독재시절이 아니다. 교수들이 진정 존경 받는 스승의 처신에 대해 고민한다면 학자라는 본연의 역할부터 깊이 되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