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원칙 없는 논리 싸움
김창익 기자
상임위 정수조정을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이 요즘 한창이다. 4ㆍ30 재보선에 따른 의석 수 변동을 상임위 구성에 반영하느냐 여부를 놓고 양측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것. 12일 이 문제를 논하기 위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상에 앞서 김부겸 열린우리당 수석부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들(한나라당)이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렸다. 협상 상대인 임태희 한나라당 수석부대표도 "오늘 (여야간에) 만나기로 하기는 했지만…"이라며 타결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내비쳤다. 오후2시에 시작돼 30분이 채 못돼 끝난 이날 협상은 예상대로 결렬됐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4ㆍ30 재보선에 따른 여소야대 정국을 반영해야 한다'(한나라당)는 주장과 '상임위원 2년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우리당)는 반론을 재차 확인했을 뿐 간극을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서로의 주장이 국회법에 근거했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같은 사안을 놓고 2개의 법조문이 상충,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싸움은 결국 '논리전'으로 치닫고 있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지난 16대에서 박상규 산자위원장(민주당)은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기고도 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았었다"고 했다. 전례를 무기로 내세운 것. 이에 대해 임 수석부대표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달라진 의석 수를 반영, 상임위 정수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원칙론인 셈이다.
'원칙'과 '전례'가 맞설 때 승산은 전자 쪽에 기우는 게 상식 아닐까. 김 수석부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협상 후 공동브리핑 자리에서 "17대 국회의 상임위 구성이 법사위원장을 내주는 대신 과반을 보장받는 식의 '정치적' 논리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제 와서 원칙을 내세워 정수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논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절대로 참이 될 수 없는 명제다. 논리의 수렁에 빠져 원칙이 훼손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긴 정치가 상식과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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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5-05-12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