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붉은 축제’가 막을 내렸다.
허탈하고 안타까웠던 주말. 태극전사와 하나되어 밤을 새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목이 쉬었던 12번째 선수들은 4년 후를 기약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기대보다 일찍 끝난 축제에 “이젠 무슨 낙으로 사느냐”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시민 대부분은 월드컵에 쏟았던 열정을 일상 생활의 활력소로 바꿀 준비를 하며 차분하게 주말을 맞았다.
대학생 최성열(27)씨는 “지난 월드컵 때는 군인이어서 월드컵 열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마음껏 응원해 후회가 없다” 며 “이제는 취업준비에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월드컵 열기에 들썩였던 기업과 학교들도 이번 주부터는 평소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J고 3학년 담임인 정모(25)교사는 “이젠 아침에 졸고 있는 학생들을 다시 혼내줘야겠다”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학생들도 16강 탈락의 아쉬움을 빨리 잊고 공부에 매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월드컵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호텔, 사우나, 찜질방, 야식업체, 응원도구 판매점 등도 정상 영업체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 광장 인근의 한 찜질방은 “이젠 예약 문의는 끊어졌고 손님의 숫자가 월드컵 전과 비슷해졌다”고 전했다. 시청역 인근 의류매장도 “빨간 티셔츠와 야광뿔 등 응원에 필요한 상품들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겨 재고처리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축제 분위기가 잦아들면서 한미 FTA, 북한 미사일 위협, 학교 급식 사고 등 사회 현안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제들이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국민적 염원에 묻혀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형석(37)씨는 “월드컵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사회ㆍ구조적 문제를 고민하면서 냉정함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태극전사들의 16강 진출이 안타깝게 좌절된 24일 새벽, 전국의 주요 거리 응원장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168만여명이 모여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서울의 경우 서울광장 17만명, 세종로 35만명,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7만3,000명 등 14곳에서 당초 예상의 두 배에 가까운 66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열광적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