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되더라도 패션부문 이서현이 맡을듯

■ 3세간 역할 변화 어떻게
그룹 소재사업 누가 총괄할지 관심

제일모직이 23일 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전격적으로 넘기기로 결정함에 따라 삼성 3세 간의 역할 및 후계구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삼성가(家) 3세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 부문을 맡고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이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등 서비스 부문을,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이 패션과 광고를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 양도로 이 같은 구조에 일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가장 큰 관심은 그동안 공을 들인 패션 사업을 에버랜드에 넘긴 이 부사장의 거취 문제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한 이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이래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사업의 성장을 진두지휘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패션 사업이 오는 12월 에버랜드로 넘어가더라도 이 부사장이 패션 사업을 계속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제일모직이 소재사업부와 패션사업부를 별도로 나눠 운영하는 것처럼 에버랜드도 새로 인수한 패션 사업을 별도의 사업부로 두고 이 부사장이 이를 총괄하는 방식이다.

이 사장도 2009년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을 맡은 후 에버랜드의 체질 변화에 주력해온 만큼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서 전체 사업을 계속 총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울러 제일모직이 소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가운데 그룹 전체의 소재 사업을 누가 총괄할지도 관심사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의 완제품과 부품은 세계 1등의 자리에 올랐지만 소재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이에 제일모직이 패션 사업을 떼어 내고 소재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도 지난해 말 "삼성의 5년, 10년 후를 책임지기 위한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소재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제일모직 외에도 삼성토탈ㆍ삼성정밀화학 등 화학 계열사들이 신사업으로 소재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단 이 부사장이 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제일모직을 필두로 그룹 내 소재 사업을 총괄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다만 소재 분야는 대부분 삼성전자에 공급되는 구조라 전자를 총괄하는 이 부회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한편 패션 사업 인수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덩치가 더욱 커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에버랜드의 경영전략은 이 사장이 맡고 있지만 최대주주는 지분 25.1%를 보유한 이 부회장이다. 이어 KCC가 17%,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이 각각 8.37%를 보유하고 있다. 에버랜드가 이번에 사업 양수도를 통해 패션 사업을 가지고 왔지만 3세 간 지분 구조에는 변화가 없어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업 재편은 단순한 사업 양수도일뿐 에버랜드의 지분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후계구도와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며 "매각 작업이 완료되는 12월 초 진행될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향후 3세 간 역할 분담의 밑그림이 그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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