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허무한거야" 암보다 무서운 우울증

돈 걱정없는 부유층도 예외없어… 자살률 OECD 국가중 최고

"인생은 허무한거야" 암보다 무서운 우울증 '우울증 걸린' 코리아주부 45%가 경험 12%는 자살충동…불면증 시달리는 직장인 '부지기수' 뾰족한 치료방법도 없어 더욱 심각…정부, 보건소 통한 예방활동 팔걷어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모씨는 매일 아침 딸 아이를 등교시키는 게 고역이다. 아침마다 “엄마는 어디 갔어요”라고 묻는데 “멀리 여행 갔어”라고 답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김씨의 부인은 정상적으로 잘 지내다가 지난해 여름 갑자기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벌써 6개월간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30대 중반 직장인인 이모씨는 요즘 명성이 높은 자칭 골드미스다. 워낙 돈이 많은 집인데다 직장도 그리 애닯게 다닐 필요가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없이 우울증에 빠진다. 그는 “싱글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데 마음에 차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말이 되면 온몸에 파고드는 무상감에 몸서리 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주변에서 우울증 기미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시대가 됐다. 통계청 2005년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주부 45%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12%는 자살충동을 경험했다. 또 실제로 지난 2005년 한 해에만 1만2,047명의 자살자가 발생했다. 매일 33명이 자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살의 80% 정도가 우울증과 연관돼 있어 국민의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90년 연간 3,000명에 불과하던 자살자수가 4배 정도 급증하면서 자살률 역시 OECD국가 중 제일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20~30대 직장인 중에서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오히려 어렵다. 직장생활 11년차인 최모씨는 매년 2~3개월 정도 하루에 2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하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 직장인 박모씨 역시 벌써 5년째 불면증을 앓으면서 힘들어 하고 있다. 박씨는 “정신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에 가본 적이 있다”면서 “의사들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특별한 치료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더라”고 밝혔다. 고려대병원 정신과 김민수 교수는 “누구나 흔하게 느끼는 우울한 감정을 우울증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기간에 느끼는 우울한 감정을 스스로 키우는 경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홍강의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제도가 변하면서 나타난 가족의 해체가 주원인”이라면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인내, 의지, 분노조절 능력을 길러주지 못하고 있고, 가족 구성원 모두 심약하고 자기중심적이어서 조그마한 어려움에도 절망하고 포기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주부들이 가족들 사이에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점집을 찾는다고 우스개소리가 나오고 있다. 점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인생상담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보건소를 통해 우울증과 스트레스, 불면증 검사를 하는 등 예방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역 보건소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구성된 정신건강상담센터를 운영, 고민을 상담해주거나 우울증과 불면증 등 정신질환을 무료 검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입력시간 : 2007/03/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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