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제일 많이 깎이고 생산성은 가장 높이 향상"

「임금이 제일 많이 깎이고 생산성은 가장 높이 향상됐다.」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단위노동비용의 최근 추이 및 주요국과의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달러표시 임금하락률은 무려 40.4%로 한·미·일·타이완 등 4개국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졌다. 반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9.9%로 이들 국가 중 가장 높다. 임금 하락과 생산성 향상은 수출상품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399억달러는 근로자들의 눈물(임금삭감·실업)과 땀(생산성 향상)의 산물이라는 사실이 한은의 분석으로 입증된 것이다. ◇단위노동비용 감소율 사상최대=지난해 상반기 중 한국의 단위노동비용 증가율(미 달러화 기준)은 마이너스45.8%로 사상최대의 감소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중 미국은 마이너스1.3%, 일본은 마이너스7.1%, 타이완은 마이너스14.5%로 단위노동비용이 전년보다 각각 감소했다. 그러나 미국 등 3개국의 감소율은 한국에 비해 훨씬 적다. 한국의 노동비용 감소폭이 절대 수준에서나 상대적인 비교에서 모두 월등히 크다는 얘기다. 단위노동비용이란 명목임금을 노동생산성으로 나누어 산출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감소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가격경쟁력이 강해진다. 한국의 단위노동비용 감소율이 45.5%라는 점은 인건비와 금융비용 등 다른 여건이 동일하다고 할 때 그만큼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임금하락폭 최대=단위노동비용이 이같이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진 것은 분모인 생산성은 오르고 분자인 임금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중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달러화 기준) 증가율은 마이너스40.4%다. 경기호황으로 임금이 오히려 늘어난 미국(플러스2.8%)은 물론 일본(마이너스8.4%)·타이완(마이너스11.7%)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비교국가들에 비해 격차가 커졌다. 특히 94~97년 중 타이완은 우리보다 낮은 임금수준을 보였지만 지난해 상반기 한국 근로자의 임금은 타이완의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의 임금과 비교하면 30%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97년까지 한국의 임금은 미국의 57%, 일본의 37% 수준이었다. ◇노동생산성 향상률 최고=임금이 떨어지면 노동생산성도 하락하는 게 상례다. 그러나 임금하락 속에서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비교국가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이 9.9%인 반면 일본은 마이너스1.0%, 타이완 3.5%, 미국은 4.2%로 나타났다. 생산량을 노동투입량으로 나눈 값인 노동생산성이 높아진 것은 경기침체로 잔업이 사라지고 근로자 수도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수출신장의 원동력은 달러화 기준 임금을 깎아먹은 원화가치 절하와 실업·급여 삭감, 생산성 향상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전망=문제는 수출을 이끈 달러화 기준 임금하락과 생산성 향상이 올해부터는 정반대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와는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 원화로 표시되는 임금은 줄거나 제자리여도 달러표시 임금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임금삭감·고용축소 등 국민의 고통감수를 전제로 국제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므로 제품차별화·고급화를 통한 비가격 경쟁력 확보,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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