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기업들의 표정이 별로 밝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보고서들의 세계 경제전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올해 유럽 주요국가 및 미국의 국가 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대비 100% 이상 올랐다. 빚이 늘어나 앞으로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신흥국 시장도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국내 내수시장 전망도 어두워 새해 우리 기업들은 안팎으로 시련이 예상된다. 기업들의 불안감은 얼마 전 서울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소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새해 수익성을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절반이 넘었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 공격적 투자계획을 속속 밝히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시스템 반도체 투자 의지를 알리는 등 새해 공격 경영을 예고했고 LG전자도 과감한 투자로 그간 발목을 잡던 스마트폰 분야가 새해 시작과 함께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두산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1%, 30% 늘린다는 고성장의 목표를 내걸었다. 우리 대기업들이 2012년 너머의 더 큰 미래와 희망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기업들은 과거에도 불황 때 호황을 바라보고 호황 때 불황에 대비하며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내는 저력을 보여왔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도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고비를 지나고 나면 한국 기업은 늘 더 강해져 있었다.
새해를 며칠 앞두고 기자가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선진국 시장은 새해에도 여전히 안 좋겠지만 그래도 올해 우리가 새로 개발해야 하는 제품이나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면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주력제품의 발전 가능성과 소비시장의 동향, 해외 경쟁사의 현황 등을 설명하는 '긍정의 메시지'를 듣다 보니 기자의 마음까지 희망으로 차 올랐다. 국내외의 경제환경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기업인들의 긍정의지가 이렇게 강하다면 새해 우리 경제는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