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청마의 해를 맞아 짬짬이 인사를 다니다 보니 어느새 3주가 흘렀다.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악수를 하면서 문득 '손을 잡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본다. 본인의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의미에서 칼을 잡는 오른손을 내밀어 신뢰의 표현으로 악수를 했다는 것이다.
소송에 있어서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의뢰인은 그 변호사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신뢰하고 당사자는 법원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법 정의를 실현해줄 것을 신뢰하는 것이다. 국민 모두는 우리의 사법제도가 국민을 위해 제대로 만들어지고 제대로 운용될 것을 신뢰하고 또한, 그러한 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이 편법이나 탈법을 쓰지 않을 것을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호 간의 전제되고 약속된 신뢰가 깨지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 수가 적던 시절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예외적 규정'으로 도입된 '지배인 제도'를 악용해 일반 직원을 뽑아 소송만 전담시키거나 심지어는 법무사를 임시로 '지배인'으로 등기시켜 소송을 하게 하고 소송이 끝나면 해임시켜버리는 등 탈법적이고 편법적인 관행이 난무하고 있다.
변호사법에는 분명 '변호사 아닌 자의 소송 관여'가 금지돼 있고 이를 어기는 자에게는 상당히 중한 형이 선고된다. 그럼에도 지배인 제도를 악용해 변호사 아닌 자를 지배인으로 등기시켜 변호사처럼 소송전담을 하게 한다면 이는 변호사법을 대놓고 위반하겠다는 것이고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탈법과 편법이 판을 치게 되면 소송질서가 어지러워지고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는 설 곳이 없게 된다. 변호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경제적 여건이 좋아진 것은 물론 다양한 소송구조 제도가 구비돼 있는 오늘날 차라리 그동안의 소송구조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지배인등기 제도' 등 예외적인 규정을 존속할 필요성이 있는지 심도 있게 논의해봐야 할 때다.
소송은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그 인생에 있어 매우 큰 의미를 차지한다. 그래서 반드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해야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판사의 소송지휘를 알아듣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속에서 사실관계를 추출해 정당한 권리구제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났는데 상대방이 나오지 않아 법원에서 전화를 해봤다. 지배인 등기를 한 어느 소송전담 직원이었다. 돌아온 답변은 '지금 그 지배인이 다른 법원의 법정에 출석해 있는데 사건이 끝나지 않아 오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판사도 어이없고 변호사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오른손을 힘껏 내밀어 악수를 청했는데 상대방은 칼이 감춰진 손을 슬그머니 들이밀고 있다면 '악수'는 불가능한 것이다. 나는 신뢰를 약속하며 다가섰지만 상대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적개심을 뿜어내는 꼴이다. 더 이상 서로를 기만하거나 부끄러운 탈법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악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