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과 거리, 건물외벽·옥상… "예술공간이 따로없네"

해지면 서울시립미술관 벽엔 미디어아트 펼쳐져



광장과 거리, 건물 외벽과 옥상 할 것 없이 도시 어디든 예술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 대형 건축물 주변에 조형물을 두고 오가는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는 기존 형식을 넘어 전시장이 아닌 곳을 예술체험 공간으로 개척한다는 면에서 미술감상의 차원을 달리한다. 작품감상은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예술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경방타임스퀘어 광장은 조각품 전시공간 탈바꿈
강남대로도 미디어폴 22개 '미디어아트'거리로
해가 기운 저녁 8시 이후. 서울시립미술관 건물의 외벽은 미디어아트 작품을 상영하는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한여름 밤에 눈이 내리는가 하면 도심 한복판에 북극곰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민선과 최문선으로 구성된 작가그룹 ‘뮌’의 작품이다. 미술관이 주최한 ‘라이트월(Light Wall)’ 전시로, 단순히 빛을 투영하는 쇼 형식과 달리 이야기를 풀어낸 미디어아트 영상물을 상영하는 것이라 관람객의 관심도 남다르다. 오는 9월20일까지 매주 수~일요일 오후 8~10시 사이에 전시가 진행되며 관람료는 없다. (02)2124-8937 관람과 참여를 이끄는 데는 광장만큼 좋은 곳도 없다. 독립큐레이터 김선정(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이끄는 미술기획사 ‘사무소’는 영등포동 경방타임스퀘어를 예술의 공간으로 단장했다. 국제적 활동이 왕성해 유명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작품 수준 만 놓고 보면 뉴욕의 타임스퀘어가 부럽지 않다. 동양의 전통개념 ‘카르마(Karmaㆍ업)’를 주제로 자잘한 인간군상이 서로 연결된 조각작품을 만든 서도호 외에 버려진 공간 자체를 예술적으로 탈바꿈 시키는 윤동구, 깨진 도자기 파편으로 다문화 사회를 은유하는 작가 이수경, 사회와 역사를 비판하는 이불과 사물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지니서 등 5명이 참여했다. 정식 오픈은 오는 28일로 예정됐다. 주물공장이 많았던 문래동 철재상가 내 한 건물에서는 ‘옥상 미술관 프로젝트’가 열린다. 이곳 복합예술공간의 이름이자 단체명이기도 한 ‘프로젝트스페이스 랩39(www.squartist.org)’는 예술활동의 공유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옥상을 전시공간으로 택했다. 오는 21일 개막전에는 의자를 소재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대미술가 손민아와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학생그룹인 ‘스튜디오24’ 등이 작품을 선보인다. ‘도시는 우리의 것이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해 전시를 이어간다. 한편 거리 전체가 예술공간으로 바뀐 강남대로도 눈길을 끈다.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사거리까지 약 760m 구간에 일종의 전광판 기둥인 ‘미디어 폴’(LED와 LCD 영상패널로 구성) 22개가 들어서 ‘미디어아트 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3개월간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지난 7월부터 정식으로 미디어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강남구청은 예술작품의 컨텐츠 관리를 위한 별도 담당자를 둘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김형기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총감독은 “다양한 매체 발달이 현대미술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전시공간의 경계조차 넘나들면서 확장해 나가고 있다”면서 “관객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 수 있어 시민들에게 예술이 곧 일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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