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화 제도정비 급하다

美 보니지祉 허가없이 주한미군에 서비스…세금도 안내
국내업계 "매출감소등 피해…대책마련을"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가 널리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관계 법령은 미흡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VoIP업체 보니지(Vonage)는 지난 2004년부터 국내에서 국제전화사업을 시작했지만 전기통신사업과 관련한 아무런 절차도 밟지 않고 있다. 보니지는 현재 주한 미군들을 상대로 인터넷 국제전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군들은 보니지 웹사이트에 가입해 단말기를 구입한 후 PC와 접속하면 싼 가격에 미국으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 현행 국내 정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전화사업을 하려면 정통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지만 보니지는 아무런 등록 절차도 밟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관련 규제와 세금을 피할 수 있다. 반면 보니지가 국제전화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내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주한 미군을 대상으로 한 국제전화 사업 매출이 크게 감소하자 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통신서비스 업체의 경우 보니지의 등장과 함께 주한미군 관련 전화매출이 이전보다 50% 이상 감소했다. 해당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보니지의 불법 영업에 대해 지난해부터 수 차례 미국 본사에 e메일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전혀 응답이 없다”며 “보니지의 국제전화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등 여러 방안을 정통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도 보니지가 국내 전기통신사업을 무시한 채 영업을 벌이는 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서비스 사용 주체가 ‘주한미군’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명확한 법적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6월부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되면 국제 인터넷 전화 서비스처럼 국경을 넘어 제공되는 서비스 문제도 새로운 협상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이라고는 하지만 속지주의 원칙을 무시한 보니지의 국내 영업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법률적인 자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권순엽 변호사는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감독, 관리할 수 있는 제도는 미흡하다”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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