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6일 발표한 `2003년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의 교육투자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또 우리 교육의 방향이 잘못 잡혀져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OECD가 30개 회원국과 18개 비회원국 등 48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교육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교사 1인당 학생수와 학급당 학생수 등 교육여건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학교 교육비는 7.1%로 조사 참가국 가운데 최고였으며, OECD 국가평균 5.5%보다 1.6%포인트나 높았다. 반면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액은 OECD 평균의 60∼70% 수준에 그쳤다. 또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수(2001년 기준)는 초등 36.3명, 중학교 37.7명으로 OECD평균(22.0명, 24.0명)보다 훨씬 많았고, 교원 1인당 학생수도 초등 32.1명, 중 21.0, 고교 19.3명으로 OECD 평균(17.0명, 14.5명, 13.8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한마디로 교육부문에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도 질적 개선의 효과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과학 등 학업성취도가 우수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0년 만 15세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조사한 결과(PISA2000)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참가국 중 과학 1위, 수학 2위, 읽기 6위로 매우 우수했으며 학교ㆍ학생ㆍ계층간 성적 격차도 OECD국가 중 가장 작았다.
하지만 이것을 공교육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학업성취도 향상은 공교육의 결과라기 보다는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에 힘입은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지난 2000년에 이미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교육비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교육투자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더욱 실감이 간다. 성적 격차와 최저학생 비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형평성은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편에선 최고 학생 또한 적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는 지식사회이자 다양성의 사회다. 지식기반사회는 소수의 우수한 인재와 발달된 정보인프라가 승부를 결정한다. 또한 창조적 아이디어가 막대한 부가가치를 낳는다.
그런 점에서 지금과 같은 평준화 위주의 교육시스템과 학벌지상주의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영재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일반학교에서는 교과 점수보다는 창의성과 개성을 중요시하도록 교육프로그램이 개편돼야 한다.
OECD 보고서를 계기로 교육투자 효율화방안을 마련하고 그와 병행해서 교육정책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교육개혁은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필수과제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