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유럽 하이일드채권시장 청신호

요르겐 케어스고르 얼라이언스번스틴 유럽 크레딧 포트폴리오 운용 총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5일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강력한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며 유로존 회복 의지를 밝혔다. ECB는 기준금리를 0.25%에서 0.15%로 인하하고 0%였던 예금금리를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까지 내렸다. 더불어 장기대출프로그램 단행과 유동성 흡수 조치 중단 등을 발표했다. 이러한 드라기 총재의 시장 친화적인 경기부양책과 ECB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로 유럽 경기 회복세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유럽의 성장률이 올해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럽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졌다. 실제로 유로 지역의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이 채권과 주식에 모두 유입되고 있으며 유로존 4월 종합 구매자관리자지수(PMI)도 54.0을 기록한 바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틴은 올해 유럽의 경제 성장률이 1.3%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의 경제회복은 주식 투자에도 좋은 소식이지만 유럽 크레딧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채권 투자, 특히 유럽 하이일드 회사채에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이어짐에 따라 미국의 비금융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늘리는 것과는 달리 유럽 기업들은 여전히 부채를 줄여나가는 '디레버리징'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회사채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현재 수준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럽 하이일드의 부도율 또한 2010년 이래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2014년 부도율 또한 3.3%에 그칠 것으로 보여 유럽 하이일드채권에 우호적인 환경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유로 하이일드 시장 가치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약 1,500억유로가량 증가했다. 유로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하이일드 기업의 수가 1999년 12월에는 46개에 그쳤으나 2014년 3월 254개로 기하급수적 성장세를 보였다. 50~60개의 발행자가 하이일드 시장에 신규 진입할 것으로 전망돼 유로 하이일드 시장의 추가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2년간 바젤Ⅲ로 은행들이 자본 비율을 조절함에 따라 회사들이 은행금융에서 채권발행 쪽으로 이동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하이일드채권의 풍부한 신규발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유로 하이일드 시장의 일부 부문이 고평가돼 있으므로 많은 발행자 중 투자자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될 것이다.

유럽의 경우 올해에도 디플레이션으로 추가 금리 인하를 유도할 가능성과 유동성 공급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높은 등급의 국채 등에 함께 투자함으로써 하이일드채권 투자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균형을 맞춰 안정성을 보장받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경제회복과 저금리 현상으로 한국의 해외채권 투자 비중 중 유럽이 33.6%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올해에도 유럽채권 및 하이일드채권 투자는 여전히 긍정적일 것이며 투자자들은 유럽 시장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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