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소리 시각장애인에 도움된다니 뿌듯해요"

서울여대, 노원복지관과 협약
90여명 자원봉사자 '듣는 책' 녹음
하루 평균 8,000명 이용 보람 커

녹음도서 봉사자인 최진아씨가 서울여대 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여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낭독하는 봉사는 혼자 하는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서울여대에 재학 중인 장은선(25·국어국문학과)씨는 요즘 매주 한번 교내 도서관에 마련된 도서녹음 부스를 방문한다. 장씨는 이곳에서 90여명의 재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해 '듣는 책'을 녹음한다.

최근 에세이집 '온기'를 녹음하는 그는 "봉사활동은 보통 정해진 시간에 누군가를 만나야 하지만 녹음봉사는 혼자 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다독여야 하는 점이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여대는 지난해 10월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교육부에서 예산 4,000만원을 지원 받아 녹음부스 3개와 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서 녹음된 책은 복지관 홈페이지, 자동응답전화(ARS),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을 만난다. 녹음도서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수는 하루 평균 8,000여명에 달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점자도서는 부피가 큰데다 시간이 흐르면 점자가 눌려 못 쓰게 되지만 녹음도서는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소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어학·건강·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으면서 40~50대가 주를 이루는 복지관 자원봉사자보다는 관련 지식을 갖춘 '젊은 목소리'가 절실해졌다.

서울여대와 복지관은 지난 2월 간단한 '오디션'을 거쳐 학생 자원봉사자를 선발했다. 학생들의 목소리 특징에 따라 녹음할 책을 배분했다.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도 봉사에 참여해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을 매주 녹음하고 있다.

최상하(20·경제학과)씨는 "처음에는 실수도 잦아서 한 페이지를 녹음하는 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지금은 한 시간에 5∼10페이지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목소리의 억양, 속도, 호흡 등을 조절하는 세밀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진아(25·대학원생)씨는 "일주일에 한번 진도표에 따라 한번에 10∼15페이지를 녹음한다"며 "수업시간에 쫓겨 바쁘지만 내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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