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기사찰단이 16일 이라크의 탄약저장소에서 빈 화학탄두를 발견, 최근 전쟁 연기설이 나도는 등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던 이라크전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이루고 있다.
유엔사찰단의 우에키 히로 대변인은 사찰단이 바그다드 남쪽 170km 지점에 있는 우크하이데르 탄약 저장소에서 11개의 빈 122mm 화학탄두와 아직 용도가 밝혀지지 않은 또 하나의 탄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에 발견된 탄두가 지난 12월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무기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는 이 탄두가 지난달 유엔에 제출한 무기실태 보고서에 이미 언급된 것이며,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과는 무관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라크측 국가사찰위원회 호삼 모하메드 아민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의 화학 탄두들은 1988년 수입한 단거리 로켓으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낡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이 탄두에 유엔이 금지한 화학물질을 탑재한 적이 있었는지, 앞으로 사용이 가능한 상태인지 등은 확실치 않은 상태. 유엔측도 이번 발견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사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채택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탄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 주 들어 두 번째로 “시간이 다하고 있다”며 이라크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부시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의 인내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며 “후세인이 무장해제에 나서지 않는다면 평화의 이름으로 그를 무장해제 시킬 용의가 있는 동맹들을 이끌고 나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와는 별도로 이라크에 대한 사찰 시한을 둘러싼 유엔과 미국측의 논란이 가열되면서 이라크전 발발 시기에 대한 관측은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한스 블릭스 유엔감시검증 사찰위원회 위원장은 1월 27일의 사찰 보고서 제출은 사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부시 행정부는 `전쟁 가능성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 시사종합지 타임과 미국 NBC 방송은 16일 사우디 아라비아 외교관들이 이라크 군부에 의한 쿠데타를 유발,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집트 및 터키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