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사업만 하면 다 됐는데…."
지난달 만난 한 사업시행사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 위기 이전 부동산이 호황이던 때를 회상하며 미분양에 시달리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공급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 속에서 두둑한 성과급을 받으며 잘나간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불과 몇 년간 계속된 침체로 이제는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심지어 수도권의 소위 노른자위 택지지구 아파트 분양조차 쉽지 않다 보니 자신의 미래마저 불안하다는 그는 기자에게 "이직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직 고민은 중견 건설사 A팀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국내 건설업계에 더 이상 중견사가 설 자리는 없는 것 같다"며 "나이도 있는데 직장 옮기는 것도 쉽지 않으니 자영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내 다른 직원들 역시 서로 말은 안 해도 다른 살길을 알아보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귀띔했다.
업계의 우울한 모습은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주 연락이 닿은 강남 개포지구 내 한 중개업소 직원은 혹시 기사가 나간다면 인터뷰 멘트만은 빼달라며 하소연했다. 서울시의 인허가가 늦어질수록 인근 부동산들도 지역조합원들의 눈치가 보여 최대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장기간의 침체와 법정관리ㆍ워크아웃의 공포까지 겹치면서 시장도 업계도 '더 이상 부동산은 안 된다'는 패배의식에 젖은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는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면서 출범한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가장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대책은 역대 정부 못지않게 자주 나왔지만 "어느 대책 하나 시장을 살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 채 침체의 골만 깊어졌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실제로 지난 4년여간 정부는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늘 "시장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꼬리말을 달며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대권을 위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부동산 시장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미시적인 정책 조정이 아닌 것 같다. 시장에 대한 어두운 전망, 실망감을 버리고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