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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사진) 국무총리가 지난 2월17일 취임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대외 공개 일정 없는 금요일을 맞았다. 그동안 주요 국정현안들에 목소리를 내며 '실세 총리' 면모를 드러내온 이 총리의 행보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맞아 주춤해지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한 다음날인 17일 이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총리실 내부 일정인 간부회의를 주재한 것 외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총리실 간부회의는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이 참석하는 회의로 정홍원 전 총리 시절에는 매주 월요일 정례적으로 열렸으나 '형식적인 회의는 열지 않는다'는 이 총리의 방침에 따라 이 총리 취임 이후에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
이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안전대책, 경제활성화 및 민생 법안 등에 대한 점검을 당부하고 이어 세월호 인양 및 시행령 수정, 공무원연금개혁 등 주요 국정현안 업무를 챙겼다.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이 어제 출국했으니 총리로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그리고 빈틈없이 국정을 통할할 책무를 느낀다"며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국회 대정부질문에서의 '말 바꾸기' 논란 등으로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는 사퇴 압력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지난 두 달 동안의 자신감 넘쳤던 모습을 보여주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자칫하면 대통령 순방 기간 중 국정을 관할하는 현직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 총리가 7일 취임 이후 첫 간담회에서 주요 국정현안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다다음주 예고편"이라고 소개했던 규제개혁 관련 회의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한 총리실 관계자는 "국가정책조정회의나 관계장관회의에서 규제개혁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다음주에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