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9월25일] <1199> 모딜리아니


사람들은 왜 저축할까. 후대를 위해, 아니면 노후를 위해? 프랑코 모딜리아니(Franco Modigliani)에 따르면 후자 때문이다. 1954년 발표한 ‘생애주기 가설’에서 그는 저축과 연금제도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보험설계사들이 활용하는 라이프사이클의 원형이 여기서 나왔다. 기업재무론의 선구자로도 꼽힌다. ‘기업가치는 자본구조와 관련이 없다’는 ‘모딜리아니-밀러 정리’도 만들었다. 저축과 재무론에서의 업적으로 1985년 노벨 경제학상을 단독 수상한 그는 늦깎이 경제학도였다. 191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대인 소아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로마대학에 진학해서도 법률을 공부했다. 경제학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경제논문대회. 아르바이트로 독일어 경제논문 수십편을 번역했던 그는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전공을 경제학으로 돌렸다. 졸업 무렵 파시스트의 유대인 억압이 심해지자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이민했다. 운 좋게 뉴스쿨(오늘날 뉴스쿨대학교)의 장학금을 얻었지만 영어도 불완전하고 수학과도 담을 쌓고 지냈던 그는 박사학위를 받을 즈음 경제학과 통계학 등 네 과목의 강사로 초빙될 만큼 늦은 공부에 매달렸다. 뉴저지여대와 컬럼비아, 모교인 뉴스쿨ㆍ일리노이ㆍ카네기멜런ㆍ노스웨스턴을 거쳐 1962년 MIT로 옮긴 그는 2003년 9월25일 85세로 사망할 때까지 종신교수로 일했다. 장기투자를 권했던 그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상금(22만5,000달러)을 주식에 투자한 유일한 케이스로도 유명하다. 사망 직전 그가 주력했던 일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에 대한 반대. ‘대규모 감세는 고용과 성장 대신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경제전문가 358명을 대표해 감세 철회를 주장했다. 불행하게도 그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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