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55년만에 첫 민주적 정권교체

'쿠데타 경력' 부하리 4修끝 당선
청렴·강직 이미지로 민심 잡아
보코하람 척결 능력도 높은 점수
외신 "阿 민주주의 혁명적 사건"


"혁명적(revolutionary) 사건(가디언)" "아프리카 민주주의 역사의 중대한 분기점(이코노미스트)"

최근 치러진 대선에서 55년 만에 사상 첫 민주적 정권교체를 일궈낸 나이지리아에 붙은 찬사다. 70대 노령의 퇴역 장성인 무함마두 부하리 범진보의회당(APC) 후보가 4수 끝에 마침내 권력의 최정점에 오른 것을 놓고 전문가들은 "변화를 갈망하는 나이지리아 국민들의 위대한 선택"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선거관리위원회(INEC)는 사흘 전 치러진 총·대선 개표 결과 부하리 후보가 52.4%를 득표해 43.7%에 그친 굿럭 조너선 현 대통령을 제쳤다고 밝혔다. 1억7,000만 인구의 아프리카 최대 민주주의 국가 나이지리아에서 야권 후보가 집권여당 후보를 물리친 것은 영국에서 독립한 지난 1960년 이후 최초다. 이로써 군정 종식 후 16년간 장기 집권해온 인민민주당(PDP)도 처음으로 정권을 내주게 됐다. 조너선 대통령은 성명을 내 "부하리에게 행운을 빈다는 말을 전했다"며 대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72세의 부하리는 육군 소장이던 1983년 당시 민간정부의 부패 및 경제정책 실패를 이유로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가 2년 뒤 또 다른 쿠데타로 권력에서 축출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 대권 도전은 2003·2007·2011년에 이어 네 번째다. 이런 경력만 놓고 볼 때는 부하리의 당선을 '중대 사건'이라고 평가하는 데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히려 2년간의 쿠데타 집권기간에 부하리가 보여준 청렴·강직한 이미지가 이번 선거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시 보여준 옛정권 인사에 대한 군사재판, 화폐개혁, 국민기강확립운동 등 부패와의 전쟁 경력 및 청렴한 생활 스타일이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반면 조너선 대통령은 집권기간 장관 등이 연루된 수차례의 뇌물 스캔들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나아가 가장 큰 골칫거리인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 척결 능력에서도 부하리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보코하람은 지난 6년간 1만3,000명 이상을 죽였는데 이와 관련해 부하리의 APC는 선거 기간 내내 "보코하람을 끝장낼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야권으로의 첫 정권교체를 이끌어낸 이번 나이지리아 대선을 놓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넬슨 만델라가 최초로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권력의 수평적 교체를 직접 목격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힘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가디언은 "이제 나이지리아 대중은 집단적 행동을 할 경우 거대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나이지리아 지도자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지난 15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에 육박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 나라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락으로 원유 의존도가 높은 정부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실업률도 23.9%(2011년 마지막 공식 집계치 기준)에 달하는 등 부하리 앞에 놓인 경제적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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