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금리' 신뢰도 흔들

은행들 자금압박 공개 꺼려 낮게 산정… "0.3%P 왜곡"


리보 시장 신뢰도 떨어진다 전세계 금융 거래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리보(Libor: 런던은행간 금리)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자금압박을 외부로 드러내길 꺼려 거래금리보다 낮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종합해 리보금리를 고시하는 과정에서 0.3% 포인트 정도의 금리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입자의 가산금리(스프레드)가 상승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가중되면서 일부 은행들이 자금 압박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차입 금리를 일부러 낮춰 영국은행협회(BBA)에 보고해 정확한 리보 금리가 산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리보 금리는 은행간 단기 자금 거래시 적용되는 평균 금리로, 통상적으로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오르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따라서 리보금리 산정을 위해 BBA에 자료를 제공하는 16개 은행들이 정직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신용경색이 가중되고 자금줄이 마르면서 은행들이 실거래 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이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리보가 실거래금리보다 낮게 고시된다는 것. 씨티그룹의 금리 전략가인 스콧 펭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차입 금리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면 3개월물 리보 금리는 지금보다 0.3%포인트 이상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3개월물 리보 금리와 3개월물 미국 국채(TB) 수익률 사이의 차이는 지난 5년 동안 스프레드는 평균 0.28%포인트였지만 신용 위기 발발 직후 평균 1.39%포인트까지 올라 리보금리의 시장괴리를 잘 보여준다. 은행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리보가 조금만 높아져도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리보 금리가 지금보다 0.3%포인트만 높아지면 변동금리로 1억 달러를 빌린 기업이 연간 30만 달러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 리보의 신뢰에 대한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해 11월 영란은행(BOE)에서 열린 회의였다. 당시 회의록에는 “일부 은행들이 실제보다 낮게 리보가 고시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기록돼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제이콥 긴텔버그와 필립 울드리지 이코노미스들은 “(금리를 낮춰 잡으면) 파생상품 거래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은행들이 공모를 통해 부정확한 금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보를 관리하는 BBA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돼 BBA가 리보의 잠재적인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일부 은행과 트레이더 사이에서는 하루짜리 대출 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나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등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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