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증세하는데… 글로벌 법인세 인하경쟁 북유럽까지 확산

기업 해외 이전 차단하고 일자리 창출·외자유치 겨냥… 핀란드·노르웨이 등 가세
일본 세율 제로 특구도 추진… 국내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전세계에 불붙고 있는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북유럽 국가들이 일제히 합류한다. 올해부터 세율을 22%로 낮춘 스웨덴을 시작으로 덴마크와 핀란드ㆍ노르웨이까지 줄줄이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와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영국과 미국ㆍ일본 등 주요국들도 경기둔화 탈출을 위해 이미 대폭적인 법인세율 인하 계획을 발표했거나 검토 중이다. 이처럼 전세계 주요국이 기업 부담을 줄여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대기업에 대해 사실상의 증세를 추진 중이어서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이나 공장 이전 등을 통한 해외 탈출이 우려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5일(현지시간) 정유산업에 치중하느라 경쟁력을 잃은 일반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부터 법인세율을 현행 28%에서 27%로 소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는 정유ㆍ가스산업 덕분에 비교적 낮은 실업률과 양호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에너지 위주로 짜인 산업구조 때문에 일반 기업체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고비용과 낮은 수요에 시달려왔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 정부는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일반 기업체에 대한 법인세율을 낮추는 한편 그로 인한 세수공백은 막대한 혜택을 누리는 특정 석유제품에 대한 세율을 올리는 형식으로 정유업계가 부담하게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노르웨이의 이 같은 결정은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한 발 늦은 것이다. 스웨덴은 종전에 26.3%이던 법인세율을 올해부터 22%로 인하해 적용하고 있다. 이를 뒤따라 지난 2월에는 덴마크가 오는 2016년부터 현행 25%인 세율을 22%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키아의 몰락과 주력 제지산업의 침체로 성장동력을 잃은 핀란드는 기업경쟁력을 높여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현행 24.5%인 법인세율을 내년부터 20%로 낮추기로 했다고 3월 발표했다. 핀란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유일하게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최고 등급과 '안정적' 전망을 확보한 나라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0.2%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성장률 정체가 예상되고 있다. 핀란드의 법인세율 조정은 지난해 26%이던 세율을 24.5로 낮춘 데 이어 2년 사이 두 번째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이미 가장 낮은 수준인 20%의 세율을 일괄적용하고 있어 향후 3~4년 뒤에는 북유럽 5개국의 법인세율이 모두 20%대 초반으로 낮아진다.

이처럼 북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기업들에 대해 세금 깎아주기에 나서는 것은 주변 국가들의 낮은 세율에 밀려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일자리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덴마크의 비아르네 코뤼돈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투자와 일자리를 그쪽으로 빼앗기게 된다"며 해외 사업 유치능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법인세율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5년 20%까지 단계적인 법인세율 인하 계획을 밝힌 영국의 경우 미국ㆍ네덜란드 등에 본사를 둔 40여개의 다국적 기업들의 본사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낮은 법인세율은 국내 기업의 유출을 막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핵심조건이 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디플레이션 탈출에 전력을 쏟는 일본이 법인세율 인하를 통한 외자 유치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실효법인세율을 현행 35.6%에서 20%대로 대폭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외국인유치특구에서는 법인세율을 전혀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3.7%로 10%대인 한국이나 미국에 크게 뒤진다는 위기감이 정부 내에서 고조되고 있다며 글로벌 외자유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세율 인하가 주요 성장전략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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