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발신전용 휴대전화 시티폰이 좌초위기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심각한 경영난으로 사업권을 반납해야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정보통신부는 지난해 6월 한꺼번에 전국 11개 업체에 시티폰 사업권을 허가했다. 이 가운데 유일한 전국사업권자인 한국통신을 제외하고선 거의 모두가 사업권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정보통신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고 너도나도 뛰어들었다가 한꺼번에 도산하는 우리기업들의 전형적인 투자행태를 보는 느낌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정통부의 책임이 크다. 통신시장은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와 약속한 원칙에 따라 내년부터 완전 개방된다. 정통부는 개방에 앞서 우선 우리업체들끼리의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기른 후 국제경쟁에 대응한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시티 폰에는 11개 업체를, 또 개인휴대통신(PCS)사업에는 3개 업체를 선정했다. 좁은 땅덩어리에 난립을 조장한 꼴이 됐다.
기존의 셀룰러 폰(이동전화)과 PCS의 대결도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셀룰러 폰은 2개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여기에 지난 10월1일부터 PCS 3개사가 가세, 5개사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정통부는 각 사업자들의 기지국 설치와 관련, 이를 통합 조정하는 역할도 태만히 했다. 이로 인해 각 사업자들마다 엄청난 중복투자로 경영난이 가중됐다. 특히 PCS의 경우 3개사가 조단위의 투자비를 쏟아부었다. 정통부가 정보통신의 기술개발 속도를 예측했더라면 셀룰러 폰이나 시티 폰, PCS의 기지국 중계시스템을 한데 묶어 중복투자를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국가자원의 낭비다.
시티 폰의 부실화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11개 사업자의 초기 투자비가 총 5천억원이나 돼 과중했다. 통화 품질도 떨어져 가입자들의 불평 불만도 잦았다. 현재 무선전화 가입자는 디지털 셀룰러 폰이 3백50만명, 시티 폰이 70만명 수준이다. 반면 후발주자인 PCS는 상용화가 두달도 안됐지만 예약고객만도 2백만명에 달한다. 시티 폰 고객들중 PCS로 옮겨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고객을 빼앗긴 것이 치명타가 됐다.
내년부터 통신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선진외국의 기업들은 노하우와 막강한 자본력으로 국내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활로를 찾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내사업자들끼리의 인수합병(M&A)을 적극 도와주고 해외진출을 밀어줘야 한다. 다행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은 우리나라도 세계최첨단국수준이다. 시티 폰 좌초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