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수수 등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고 식량확보를 위한 각국의 비상조치가 잇따르면서 우리도 곡물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간척지인 충남 당진군 석문·송산 간척지에서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사료용 옥수수 생산 시연회를 열고 수확기계들이 옥수수를 수확과 동시에 분쇄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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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낮은 식량자급률로 연간 1,400만톤 내외의 곡물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더욱이 곡물 수입이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고 전체 수입의 70% 이상이 실물거래 방식이어서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 요소를 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세계 식량 가격은 25%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식량확보 전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급도가 낮은 국가의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식량확보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됐다. 성명환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러시아ㆍ중국 등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자원 무기화를 펼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우리가 자급하기 위해서는 경지가 지금보다 3배가량 더 있어야 하는 등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선택적으로 특정 작물 자급률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곡물시장 변동성 높아져=전세계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은 우선 기후가 급변해 농사를 망치는 지역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이오 연료생산에 따른 수요 증가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 대량으로 곡물 사재기에 나선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세계 최대 식량 소비국인 중국은 베트남에서 쌀 60만톤, 미국에서 옥수수 120만톤을 수입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밀 재고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쌀 수입량을 각각 4배, 2배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투기자본이 곡물시장에 유입되면서 농산물 가격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투기자본은 마치 금융시장과 같이 곡물 가격이 떨어질 때 사재기한 뒤 가격이 오르면 내다팔면서 국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쌀 생산은 과잉이지만 타작물은 재배면적이 축소돼 지속적으로 곡물 자급률이 하락하는 등 품목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ㆍ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되고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타결되면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자급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식량자급률은 나날이 하락=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지난 2009년 57.0%로 최저치로 떨어졌다. 2005년 70.8%에서 큰 폭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국내에서 소비하는 식량의 공급량 중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더욱 심각하다. 1980년 56%에서 1990년에는 43.1%로 떨어진 데 이어 2000년 29.7%, 2009년 26.7%까지 하락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9년 기준 OECD 30개 국가 중 26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곡물 자급률이 오는 2020년에 23%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물론 제조업 중심의 우리 나라에서 자급률을 70~80% 이상 올리는 것이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쌀(101.1%)을 제외하고 보리(44.3%), 콩(32.5%), 옥수수(4%), 밀(0.9%) 등의 자급률은 심각하다. 쌀은 생산량은 넘치는 반면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140만톤에 달한다.
이에 반해 미국ㆍ영국ㆍ스웨덴ㆍ독일 등의 선진국들은 식량자급률이 100%를 웃돈다. 1위인 프랑스는 무려 329%의 식량자급률로 우리와 크나큰 격차를 보인다. 자급률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안보'로 접근되는 까닭에 위기의식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타작물 재배 확대 등 대책 마련 시급=농림수산식품부는 이 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6월 2015년 식량자급률 목표치 재설정 및 2020년 목표치를 설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식량자급률 목표치 재설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다음달까지 자급률 목표치 설정안을 마련해 4~5월 토론회를 통해 전문가와 생산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현재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2015년을 기준으로 쌀 자급률 90%, 곡물 자급률 25%, 주식용 자급률 54%이다.
또한 정부는 자급률이 낮은 품목에 대한 국내 생산확대 등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논에 타작물 재배를 늘리는 방안과 밀ㆍ콩ㆍ옥수수ㆍ서류 등 밭작물산업 육성대책, 과수산업발전 종합대책, 식생활교육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유휴농지 활용, 국가 곡물조달시스템 구축, 해외 농업협력 강화, 농지활용도 다각화, 공공부문의 국산 농산물 가공품 소비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농촌진흥청의 한 관계자는 "농산물은 가격변동에 매우 민감한 품목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우리 농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식량안보의 보루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