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새누리당)이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를 폐지해 한국은행이 흡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KIC 폐지법안을 조만간 발의하기로 하는 등 즉각 호응하고 나섰고 새누리당도 종합검토 입장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정 위원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안홍철 KIC 사장 사퇴 거부로 19대 국회 전반기) 법안소위가 파행하고 있고 KIC가 무리하게 수익을 내려다가 '사고'를 치는 것보다 한은이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 기재위 간사(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를 만나 한국은행이 KIC를 다시 흡수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나눴다"며 "10년 전 KIC를 만들 때는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기금도 운용하려고 했지만 결국 많지도 않은 외환보유액만 운용하는 데 굳이 독립기관까지 두면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또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다른 나라의 사례를 물어보니 '대부분 중앙은행에서 외환보유액 투자·운용을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KIC 폐지론' 배경은 안홍철 사장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한 전력으로 야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으나 버티기로 일관해 기재위 법안소위가 파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가 역점을 두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법안소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있고 새누리당이 자본잠식상태 공공기관의 퇴출과 부실 자회사 정리 등을 위해 여권을 대표해 발의한 공기업개혁법도 아예 법안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KIC의 국회 기관보고가 이뤄지지 못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번 건이 불거지고 나서 보니 더더욱 KIC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호중 간사는 "KIC 폐지법안을 곧 대표발의할 것"이라고 하는 등 야당은 적극적인 찬성 의지를 밝혔고 강석훈 간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야나 여당 내에서) 아직 합의되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고 여러 가지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안 사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에 "노무현 정권은 종북 하수인?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이 노무현·문재인과 그 일당들이요"라는 글을 남겼다가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