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새 숙제, 2개월 자금공백 버티기

3월 만기 43억유로 부채 부담
4월 지원 전까지 버티기 쉽잖아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을 4개월 더 연장하는 조건으로 제출하기로 한 자체 개혁 리스트가 24일(현지시간) 공개된 가운데 이와 별개로 향후 두달간의 자금 공백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새 숙제로 떠올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오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정부로부터 개혁정책 리스트를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전화회의를 통해 그리스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여부를 집중 논의했다. 앞서 지난 22일 그리스 정부는 유로그룹 및 대외채권단과 협상을 벌여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현행 구제금융을 4개월 더 연장하는 조건으로 자체 경제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개혁안 제출에 앞서 그리스 정부가 언론에 미리 공개한 요약본에는 △조세 공정성 강화 △탈세·부패 방지 △연료·담배 밀수 단속 등이 제시됐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 전기 공급 및 배식 서비스 제공 등 치프라스 총리가 선거기간에 약속한 복지정책도 포함됐다.

유로그룹이 이 개혁안을 수용할 경우 그리스 정부는 오는 4월 말 72억유로(약 9조548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FT는 "(전화회의가 열린) 24일 그리스 개혁안이 수용될 것이라는 데 내 돈을 걸겠다"는 EU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그리스 구제금융 임시연장 방안에 대한 긍정론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날 회의 결과와 관계없이 그리스의 자금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 구제금융이 종료되는 이달 말과 지난주 합의에 따라 신규 자금이 투입되는 4월 말까지 버텨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추가 자금수혈이 없는 상황에서 현 그리스 외환보유액으로는 당장 다음달 만기 예정인 43억유로 상당의 부채도 감당하기 버거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기에 이날 제출한 개혁정책을 그리스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두 달 뒤 받기로 한 지원금도 무효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 재정 문제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걱정거리라고 FT는 전했다. 무타바 라만 유라시아그룹 유럽 담당 헤드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22일의 합의는) 향후 공백 기간에 그리스가 어디서 자금을 확보할지에 대한 질문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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