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T가 휴대인터넷(와이브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한국은 ‘모바일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다지게 됐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유비쿼터스 사회를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만큼 관련 기술 및 장비 수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하지만 와이브로는 아직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지만 서비스 범위(커버리지) 및 단말기 확대, 초고속이동통신(HSDPA)과의 경쟁 등은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세계 최초의 이동형 인터넷 서비스=전세계 통신업계는 지금 한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상용 서비스를 통해 와이브로의 경쟁력이 확인될 경우 이를 앞 다퉈 도입하는 나라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6개국에 와이브로 장비를 수출할 계획이다.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통신기술 분야에서 종주국으로 올라서는 셈이다. KT와 SKT의 와이브로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면서 기술력을 입증할 경우 해외진출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지 못할 경우 해외 수출에도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KT는 ‘신성장 동력’, SKT는 ‘보완재’=KT와 SKT가 동시에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속내는 전혀 딴판이다. 유선통신시장에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KT는 와이브로를 통해 무선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와이브로는 KT로서는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KT는 올해 5,000억원을 포함해 오는 2011년까지 1조원 가량을 와이브로에 투자할 계획이다. KT는 2010년께 가입자 800만명, 매출 1조2,000억원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반면 SKT로서는 와이브로가 일종의 ‘안전장치’다. SKT는 이동통신기술을 통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초고속이동통신(HSDPA)’에 더 큰 힘을 쏟고 있다. 요금이나 서비스 지역에서도 이런 전략 차이가 드러난다. KT는 SKT보다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동시에 올해 말까지 월 1만6,000원(무제한 사용)의 저렴한 요금제를 채택했다. 하지만 SKT의 월 이용료는 3만원으로 KT에 비해 두 배 수준이다. 그래서 ‘형식적인 상용화’라는 말도 나온다. ◇서비스 활성화까지 갈 길 멀어=와이브로 활성화에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과제가 ‘커버리지’다. KT는 서울의 신촌, 강남, 서초, 송파 등 몇 개 지역만을 대상으로 상용화를 시작했다. 따라서 이 지역을 벗어나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 SKT의 서비스 범위는 더욱 제한적이다. KT가 ‘구(區)’ 단위라면 SKT는 사실상 ‘동(洞)’ 단위 서비스다. SKT는 한양대, 봉천ㆍ신림동, 대치동, 명동 등에서만 상용화에 들어갔다. HSDPA 활성화도 와이브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SKT와 KTF는 이번 달에 각각 HSDPA 상용화와 함께 본격적인 가입자 모집에 들어갔다. HSDPA의 경우 최근 전용 휴대폰을 속속 확보하면서 세력을 확대해 나갈 채비를 마쳤다. 한편 와이브로를 구현하는 단말기는 지금으로서는 노트북뿐이다. KT는 노트북과 개인형휴대단말기(PDA)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PDA 출시 시점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