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과점 심화는 대기업의 가격결정권 강화로 인한 소비자피해와 중소기업 시장 진출 억제 등 부작용을 일으켜 경제구조를 왜곡시키는 요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통계청의 ‘2011년 광업ㆍ제조업 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시장 구조조사 결과를 보면, 상위 1개사가 5년 연속 출하액 점유율 50%를 넘거나 상위 3개사가 75%를 넘는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은 총 59개로 한해 전보다 12개 늘었다. 이는 국내 광업ㆍ제조업에 속한 산업 476개의 12.4%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산업 10개 중 1개 이상은 1~3개 대기업이 시장을 좌지우지 한다는 얘기다. 독과점 구조에 새로 포함된 산업은 수프 및 균질화식품ㆍ천연수지 및 나무화학물질ㆍ 인조모피ㆍ열간 압연 및 압출제품ㆍ기타발효주ㆍ가정용유리ㆍ코크스 등 7개이며, 철광업ㆍ 복합비료ㆍ화약ㆍ타이어 등 4개 산업은 독과점 산업에서 한동안 빠졌다가 재진입했다.
이동전화ㆍ주방 가전ㆍTVㆍ전투용 차량 등 7개 산업은 2008년 통계청이 산업 분류를 세분화하면서 새로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에 편입됐고, 커피ㆍ소주ㆍ재생섬유ㆍ타이어재생 등 6개 산업은 제외됐다.
상위 기업에 생산량이 몰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산업집중도(CR3)도 2011년 56.1%로 2010년54.9% 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CR3는 상위 3개사가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상위 10대 기업의 출하액, 종사자 수가 전체 광업ㆍ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일반집중도)도 26.8%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산업집중도가 높아진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불황의 충격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기가 호황일때는 중소기업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산업집중도가 하락하고 불황일 때는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말했다. 기업간 경쟁이 덜한 독과점 산업일수록 연구개발(R&D) 투자가 적다는 속설도 사실로 확인됐다.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의 평균 순부가가치비율(순부가가치÷출하액)은 35.0%로 광업ㆍ제조업 평균인 28.0%을 상회했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평균 1.5%로 전체 평균인 1.8%를 밑돌았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