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 '인사청문회' 통과가 국무위원의 가장 중요한 자격이 되면서 새 정부 첫 조각에 국회의원 등 정치인 출신이 유력한 후보로 주목 받고 있다. 잠잠해지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제부총리 중용 가능성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서 재부각되는 등 여권 중진 인사의 입각이 힘을 얻는 양상이다. 의원들이 선거를 통해 냉엄한 여론의 심판대를 거치는데다 재산 내역도 매년 공개돼 검증이 어느 정도 완료됐다는 점이 촉박한 정부 출범 일정과 맞물려 큰 장점이 되고 있다.
당초 인수위원으로 교수 등 전문가가 발탁된 것처럼 내각 구성도 현역 의원을 배제하고 실무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 총리 후보자 사퇴가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박 당선인의 주문대로 개인의 신상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첫 조각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행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장관 후보군은 절실해진 상황이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 이번에 당장 이뤄질 수는 없다"며 "낙마 사태가 또 일어나면 큰 타격이기 때문에 검증된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경우 병역과 재산ㆍ납세 사항을 공개하고 매년 재산신고도 해야 한다. 또 선거를 겪으면서 본인과 가족에 대한 '현미경 검증'에도 익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통 재무관료 출신인 이 원내대표가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경제부총리 후보로 힘을 얻고 있으며 부산 출신인 서병수 당 사무총장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인수위 고용복지 분과 위원인 안종범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에, 유승민 의원과 이혜훈 당 최고위원은 각각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하마평에 다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치인 출신의 입각은 다만 정치쇄신의 연장선에서 논의돼온 '국회의원 겸직 금지'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최근 국회정치쇄신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겸직 금지 대상에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제외했지만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의원과 장관 겸직은 법률상 허용되더라도 대거 입각할 경우 국민 정서에 반하고 삼권분립을 저해하는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