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전업계 구조조정 올수도"

경쟁 격화·가격 인하 압력 갈수록 거세져
AWSJ "20년전 컴퓨터업계 상황과 비슷"

세계 가전업체들이 경쟁격화와 가격인하 압력으로 과거 컴퓨터 업체들처럼 대규모 구조조정 및 통폐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27일 보도했다. 세계 가전시장은 이미 신기술의 등장과 새로운 경쟁업체의 출현, 가격인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소니ㆍ필립스 등 시장 주도 업체들조차 수익성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ㆍ한국ㆍ유럽 등의 주요 가전업체의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소니의 경우 DVD레코더와 평면TV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비용절감에 나서지 못해 지난해 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2% 감소했다. 필립스는 TV 및 가전부문에서의 손실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40%나 급감했고, LG전자는 평면TV의 공급과잉과 휴대전화 가격인하로 올해 영업이익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처한 가전업계의 현 상황이 20여년 전 컴퓨터업체들이 겪었던 것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소수의 대형업체들이 주도하던 컴퓨터업계는 표준화된 칩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개인용컴퓨터(PC)가 보급되면서 경쟁이 본격화돼 현재까지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니의 수석전략책임자인 카츠미 이하라는 “우리는 지금 과거에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제품가격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며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져 특정 회사만이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기가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PC업체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전업체들이 시장에서 무더기로 퇴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업체간 통합작업이 본격화되며 가전 시장 구도와 수익구조에 큰 변화가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전시장은 컴퓨터시장보다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로 양분된 컴퓨터시장 만큼 극단적인 통폐합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컴퓨터업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가전업체들의 노력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2대 가전업체인 필립스와 톰슨은 이미 가전부문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고, 일본의 마쓰시다는 대대적인 조기퇴직을 실시했다. 또 소니와 삼성전자, 히타치ㆍ도시바ㆍ마쓰시다 등 업체간의 제휴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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