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가능성 고조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마저 연일 급락해 기업들의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 여건상 원화가치가 하락해도 수출이 급증할 조건이 아니어서 원화가치 하락은 고스란히 국내 기업들의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화가치가 1달러당 1,238.5원으로 이달초 1,193.1원에 비해 4%가량 급등하자 가뜩이나 고유가로 신음하는 중견ㆍ중소기업들이 경영압박을 받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특히 최근의 외환시장 방향성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들어 환리스크에 대해 섣부른 헷지(위험분산)도 하지 못한 채 환율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이어서 정부가 신속히 외환시장 안정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최형진 ㈜쌍용 상무는 “현재의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은 늘어나겠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할 여지가 그리 크지 않다”며 “오히려 고유가에 원화가치 하락이 겹쳐져 원ㆍ부자재 구매비용 부담만 4%가량(단순수치상)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0대 그룹 한 계열사인 A사 자금담당 임원 역시 “현재와 같은 원화가치 하락기조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2~3개월 후 기업들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의 외환시장 움직임은 북핵파문에 따른 한반도 위기감 고조 등 심리적 요인이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섣불리 환 헷지를 했다가는 오히려 기업의 잠재 부담을 손실로 고정시키는 결과가 될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최근의 원화가치 하락이 고유가와 결합, 원가상승 압박-)물가 인상 자극-)내수소비 위축-) 투자 부담 가중-) 경기 침체 장기화 수순으로 진행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형기기자 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