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 '황제노역' 판결… 장병우 광주지법원장 사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게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 판결을 내렸던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이 취임 40여일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재벌 봐주기식 판결 논란에 이어 수년 전 살던 아파트를 대주그룹 계열사에 판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떼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장 법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지난 2004년 4월 당시 인천지법원장이 골프접대로 물의를 빚고 사퇴한 뒤 10년 만에 법원장이 불명예 퇴진하는 사례가 된다.

30일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장 법원장은 지난 29일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배포한 글에서 "최근 저를 둘러싼 여러 보도와 관련해 한 법원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함과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표 제출 배경을 밝혔다.

그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했지만 모든 것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현 상황에서는 더는 사법행정도 법관직도 수행하기 어렵다"며 "법관과 직원들이 겪는 고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 법원장은 지난 2010년 1월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기소된 허 전 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특히 벌금 대신 노역을 할 경우 1일 5억원으로 환산한다고 판결하면서 '황제노역' 논란을 불러왔다. 여기에 2007년 대주건설이 지은 새 아파트(188㎡)로 이사한 후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대주그룹 계열인 HH개발에 판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더 키웠고 결국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 법원장은 일당 5억 노역 판결 논란과 관련해 "양형 사유들에 대해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 부각되고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으로만 확대된 점에 대해서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 매매 의혹과 관련해서도 "7~9년 전 일이지만 은행대출 등 금융자료가 있어 설명이 가능했는데도 구체적인 확인 요청없이 보도 된 과정은 아쉽다"며 유감을 표했다.

대법원은 이번주 초 장 법원장에 대한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13일 광주지법원장에 취임했던 장 법원장이 취임 44일 만에 사표를 제출하자 지역 법조계는 다소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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