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4월 23일] 은행세, 대안은 없는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과다한 신용팽창에 따른 자산가격 붐버스트(Bomb burst)로 알려져 있다. 최근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글로벌 금융체제개편 논의과정에서 은행세 도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은행세는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금융회사에 일정한 책임을 지우고 금융위기 재발에 대비하는 비용 마련을 위해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창해 주요 선진국 사이에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자산준비제가 안정장치로 적합 그러나 아직까지 찬반의견이 갈리고 특정 은행세 도입에 따른 국가별 이해관계와 의견차가 크기 때문에 국제적 합의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은행세 도입에는 최근 글로벌 기준마련의 주체가 되고 있는 주요20개국(G20)의 의견이 대단히 중요하며 국가별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할 의장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된다. 우리는 의장국으로서 중간자적 입장에 있지만 국가별 의견을 성공적으로 조율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대안을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안으로 자산준비제도를 한번쯤 검토해볼 만하다. 자산준비제도는 모든 금융회사의 자산에 일정률의 준비금을 부과하고 이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으로 금융 부문 전체의 신용조절을 통해 신용 및 자산가격 붐버스트를 예방함으로써 금융위기 사전 방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러한 자산준비제도는 은행 예금부채에 지준을 부과하는 예금지준제도와 다르며 자산부실화에 대비해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적립하는 대손충당금이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기준과도 상이하다. 특히 대손충당금이나 자기자본기준은 금융시스템의 경기순응성을 조장하여 경기변동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으나 자산준비제도는 호경기에 준비금이 쌓여 긴축효과를, 경기침체기에 준비금 방출로 확장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경기변동 폭을 완화하는 자동안정장치로 기능한다. 자산준비제도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와는 유사하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첫째, 은행세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회사 자산 또는 부채에 세금을 부과해 위기발생시 비용으로 충당하나 자산준비제도는 모든 금융회사의 모든 자산에 준비금을 부과해 중앙은행에 예치한다. 둘째, 은행세가 금융위기 발생에 대비한 비용분담에 목적이 있다면 자산준비제도는 신용 및 자산가격 붐버스트 예방으로 금융위기 재발 자체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셋째, 은행세는 세금으로 어떤 형태로든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오나 자산준비제도는 기본적으로 금융회사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최적의 포트폴리오 선택이라는 시장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은행세와 마찬가지로 자산준비제도 역시 어느 한 국가에서만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G20이 글로벌 금융체제개편 논의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이러한 노력을 통해 G20 의장국으로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와 주요 선진국들의 협조 아래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좋은 방안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G20서 자연스럽게 도입논의케 일찍이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박사는 역사발전의 큰 계기는 평상시가 아닌 위기시에 이뤄진다는 점을 도전과 응전의 구조로 갈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각국 모두에 분명한 위협이자 위기였다. 이러한 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에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따르지만 글로벌 금융체제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앞을 내다보는 새로운 제도를 지혜롭게 잘 설계할 수 있다면 세계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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