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의 금융회사 제재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대신 권한을 관료인 금융위원장이 갖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돼 양 기관 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현 정부 들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분리되면서 발생한 일로 금융정책의 권한을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 다시 한번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법안의 제출 시기가 이른바 '골드만삭스 파동'이 발생 직후라는 점에서 금융정책을 책임진 두 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입법조사관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장의 기관 및 임직원 징계권한을 없애고 이를 금융위로 넘기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수정안'을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 법안 소위에 제출했다.
현행 은행법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재 수위를 논의한 후 금감원장이 기관(은행)에 대한 기관주의ㆍ기관경고 등의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제재 수위가 높은 일부 영업정지(기관) 이상, 직무정지(임원) 이상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의 건의로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번에 제출된 수정안은 이 중 금감원장의 제재권한을 없애고 대신 제재권한의 일부를 금감원이 금융위로부터 위탁받는 형태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위탁의 범위는 시행령 등을 통해 정해진다.
금융위 측은 이번 수정안이 상호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역과 제재 방식을 일치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이번 법안은 사실상 금감원장의 손발을 묶고 금감원은 단순히 검사만 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의 반발이 이처럼 거세지면서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차후 소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하고 법안을 보류시켰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노골화하고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충돌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에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금융위의 입장도 난처해졌고 금감원 역시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분리가 이런 상황까지 초래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