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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직접적인 통화정책 대신 '선제안내 (forward guidance)'로 표현되는 구두개입으로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미 초저금리나 채권매입 등 경기회복을 위한 카드를 소진했고 미국 등은 오히려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구두개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도 중앙은행들의 정책변화 대신 수장들이 펼치는 말의 '향연'에 더 주목하고 있다.
바스코 커디어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와 안드레아 페레로 뉴욕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2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관계자들의 선제안내 발언이 현재 실시 중인 양적완화 정책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 그들은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는 기준금리에 대한 연준의 가이드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채권매입 규모보다 금리결정에 대한 연준의 가이드가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말의 효과'는 양적완화와 관련된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 5월 올해 안에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갈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국 국채수익률은 치솟았고 그 여파로 신흥국은 해외 투자자금 유출로 큰 곤욕을 치렀다. 이른바 '버냉키 쇼크'였다. 이후 그는 "시간표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을 진정시키는 구두개입을 단행했고 아울러 출구전략 시점의 기준을 실업률 6.5% 선으로 재정립해야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구두개입을 즐겨 한다. 지난해 '전면적 통화거래(OMT)'로 3년 만기 이하 국채의 무제한 매입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 채권시장의 불안을 잠재운 화려한 과거도 있다. 지난 4일 통화정책회의 후 드라기 총재는 다시 "앞으로 초저금리와 통화완화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선제안내에 나섰다.
드라기 총재는 너무 자주 구두개입을 하면서 말의 효과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는 연준의 출구전략 가능성이 제기됐던 6월 "유로존 경기를 위해 필요하다면 뭐든지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시 한번 밝혔지만 금융시장은 장중 한때 유로화 가치가 약간 떨어졌던 것 외에는 무반응이었다.
선제안내의 선구자인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도 7일 "실업률이 7% 밑으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현행 0.5%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시절인 2009년에도 "2010년 2ㆍ4분기까지 0.25%의 시장금리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해 금융위기로 불안에 떨던 시장을 안심시킨 전력이 있다.
이처럼 중앙은행 수장들이 선제안내와 같은 구두개입에 나서는 것은 추가 조치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을 제어하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존 브릭스 스코틀랜드왕립은행 선임 국채전략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5년 동안 말하면 사람들은 마지막에 실제로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김이 샐 것"이라며 "선제안내의 위력이 자산매입보다 강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의 통화완화 기조가 언젠가는 축소돼야 하는 상황에서 수장들의 선제안내는 불필요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출구전략과 관련한) 연준의 선제안내는 '이미 끝이 예정돼 있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공포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