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단계 한화 수사 '용두사미'

소기 성과에도 '비리몸통' 규명엔 미흡 지적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나 `비리의 몸통'은 제대로 밝히지 못해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8일 출국금지 해제 조치를 받은 데 이어 그룹 임원 및관계자 출국금지에 대해서도 검찰이 출금 재연장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번 수사가 사실상 종료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출금 해제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던 핵심 인사들이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한화그룹의 대생 인수 비리의혹 수사가 4개월여만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과 관련해 적지않은 성과 못지 않게 한계도 만만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이 그동안 한화 관련자들을 대거 소환하고 사채시장까지 샅샅이 뒤진 끝에 대생 인수과정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일부 로비의혹을 밝혀낸 것은 분명한 성과로 꼽힌다. 한화그룹이 맥쿼리생명을 컨소시엄에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이면계약을 통해 입찰을 방해하려 했고 한화측에서 전윤철 당시 재경부 장관에게 로비를 시도했으며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포착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이 입찰방해, 특경가법상 배임, 뇌물공여 의사표시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이 전 의장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화의 대생 인수를 둘러싸고 항간에서 제기됐던 숱한 의혹을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화 입장에서 가장 중대한 사안일지도 모를 입찰방해 혐의의 경우 이면계약을 밝혀냈다는 의미는 있지만 외국자본의 투자리스크 보전을 위한 합작투자 약정이라는 한화측 논리도 만만치 않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화측의 정치권 로비의혹 수사결과도 신통하진 못하다. 물론 이 전 의장이 채권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긴 했으나 지금까지 제기됐던 숱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한화가 2002년 대생을 인수할 당시 로비를 벌인 대상자로청와대 실세는 물론 여당 국회의원, 재경부 인사 등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돼 왔으나검찰 수사과정에서 이들의 이름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여운을 남기고 있지만 수사의 타깃이라고도 할수 있는 김승연 회장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이번 수사의 치명적인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검찰은 김연배 부회장의 불법행위 과정에서 김 회장이 직.간접 연루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전개했지만 김 부회장이 완강히 부인하는데다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 물증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의 한화 수사는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재차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 역할은 했지만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인수과정에 쏠린 의혹을 풀어내기에는 미흡했다는 게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화 역시 김 회장이 계약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김 부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룹의 중대사를 결정하면서 총수에게 보고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화그룹이 `경영체계의 난맥상'을 안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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