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정반란으로 등에 비수를 맞았다.”
미 하원 에너지상무위원장 빌리 토진은 지난달 26일 하원 청문회에서 마이클 파월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의 리더십을 문제삼으며 그의 처지를 이 같이 표현했다.
파월 의장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통신규제 완화안건이 부결되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규제완화를 강조해온 파월은 지역전화 사업자들의 네트워크를 의무적으로 싼 값에 장거리전화업체에 개방해야 하는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이 제도로 통신업체들의 적자가 쌓여 신규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난 달 20일 규제완화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FCC는 공화당과 민주당 출신 위원 각각 2명에다 공화당 출신인 파월 의장 등 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규제완화를 강조하는 공화당 위원들의 성향상 안건통과는 사실상 요식행위나 마찬가지. 그러나 안건은 3 대 2로 부결됐고 오히려 FCC가 지녀왔던 통제권을 51개 주정부에 넘기는 안이 통과됐다.
이는 공화당 출신으로 파월의 오랜 정적인 케빈 마틴 위원이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반대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역전화업체들은 투표 직후 당장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혀 파월 의장의 입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공화당 의원들도 파월의 FCC 장악력에 한계가 드러났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번 표결로 오는 5월로 예정된 미디어소유 규제완화책도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팽배해지면서 파월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FCC는 미디어 기업이 다른 매체의 복수소유를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 심사를 진행, 오는 5월말께 이를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미디어기업들의 오랜 숙원인 이번 심사가 파월과 공화당의 뜻대로 통과되지 않는다면 그는 안팎으로 거센 퇴진압력에 시달릴 전망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아들인 파월 의장이 이라크전쟁 고수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고립되고 있는 아버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서 이들 부자의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