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선수

벌서 세밑이다. 올해는 즐거운 일보다는 힘든 일이 더 많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기업을 하는 사람이나 서민들 모두 `IMF때보다 더 하면 더하다`는 푸념을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내수 침체, 실업 증가, 카드대란 등 험난한 경제상황 속에서도 우리경제를 지켜 나간 버팀목은 있었다. 바로 수출이다. 우리의 대표상품 자동차의 경우 내수는 소비부진으로 일부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움츠려 들어 있지만, 수출은 배가 없어서 못 실어 날을 정도로 호황이다. 조선도 일본을 2년 만에 따돌리고 최고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IMF때 거의 초토화 까지 추락했던 종합 상사들도 올들어 재기의 발돋움에 성공, 회생의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달 30일은 대한민국 수출 역군들의 잔칫날인 `무역의 날` 이었다. 지난 60년대 개발경제시대의 산물이 이제 불혹의 나이를 맞은 것. 이 날 수출 탑은 수상한 많은 업체들과 기업인들이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올 무역의 날의 진짜 주인공들은 해외 주재원과 가족들이었다. 무역협회와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으로 공모한 20여 편의 수필 속에는 그들의 삶의 애환이 그대로 담아있다. “CJ㈜인도네시아 법인에 근무한 우리 남편은 3년 여 동안을 주말 마다 직원들 집을 가가호호 방문했다. 그 곳 풍습대로 그들이 내놓은 음식을 정성껏 전부 먹다 보니 몸무게가 20kg이 늘었다. 남편을 따라 다니다 5개월 된 뱃속의 아이까지 잃어버리는 슬픔을 맛보았다. 하지만 정말 기분이 좋다.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이국 땅에 심고 그들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하루하루가 즐겁다.” “아프리카 수단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피해야 갈 나라다. 한 낮에는 공장 실내 온도가 50도 정도는 된다. 하지만 45도가 넘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45도가 넘어가면 생산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에 온도계를 항상 45도에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 행간마다 눈물 샘을 자극하는 내용들이다. 이 글들을 모아 `지구촌의 대한민국 대표선수`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이 나왔다. 이 제목이 바로 해외 주재원들과 그 가족들의 명예와 열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들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 닥쳐도 긍정적인 자세로 풀어 나갔다. 한 주재원의 부인은`외교는 아무나 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들은 `프로`였다. <강창현 산업부 차장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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