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재판… 피의자 진술 극과극

경남기업 前부사장 "돈 줬다" 주장
홍준표 지사 "만난적도 없어" 부인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재판에서 불법자금수수 여부를 두고 피의자들의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홍 지사에게 불법자금을 줬다고 했지만 홍 지사는 당시 만난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홍 지사, 윤 전 부사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홍 지사 측 변호인은 "윤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의견"이라며 "검찰이 이야기하는 일시, 장소에서 만난 사실조차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그러나 "윤씨는 홍 지사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정치자금을 건넨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의 혐의에 대해 "윤씨는 2011년 6월 일자불상경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707호에서 성완종의 지시를 받아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경선자금 명목으로 홍준표에게 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 "이미 오래전 일어난 일이라 날짜를 특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만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두 달여로 시기를 특정하면 되므로 법리상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6일 오전11시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 사건의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날 성완종 리스트 재판과 관련, 성명을 내고 "홍 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재판부 재배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가 선임한 서울고법 판사 출신의 이상원 변호사는 사건 재판장인 엄상필 부장판사와 연수원 23기 동기다. 홍 지사도 사건 재판장인 현용선 부장판사와 연수원 24기 동기인 이철의 법무법인 엘케이비(LKB)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홍 지사 측은 변호사 선임이 문제가 되자 이 변호사의 선임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법원 측에 철회 문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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