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경기침체-인플레 저울질하며 관망나설듯

경기하강 위험보다 물가우려 강도 높아져
'7차례 인하' 효과 지켜보면서 방향 결정
'더블딥' 빠지면 하반기 추가인하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0일(현지시간) ‘통화 완화(easing) 기조’에서 ‘중립(neutral) 기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9월 이후 단행해온 금리인하 릴레이를 중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올 1ㆍ4분기 성장률이 0.6%로 예상보다 나쁘지 않고 신용위기가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는 징후가 일부 포착됨에 따라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게다가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실질 금리 마이너스시대로 접어들어 더 이상 금리인하 여력이 없다는 점도 금리인하 행진에 마침표를 찍게 한 요인이다. 따라서 FRB는 올 여름까지 물가불안과 경기침체 장기화 여부를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가 다시 악화돼 더블딥(이중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하반기에 다시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FRB가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한 것은 경기 추가 하강에 대비한 선제적 정책 대응으로 풀이된다. 뉴욕 소재 재보험회사인 스위스 레의 애런 라야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인하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FRB가 보험을 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내친김에 한번 더 인하함으로써 그동안의 정책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차원이다. 페드워처(FRB분석가)들은 FRB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시행된 1,5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지난해 9월부터 7차례에 걸쳐 금리를 3.25%포인트 내린 통화정책이 경제 전반에 어떤 효과를 낳는지를 봐가며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FRB의 성명서에는 통화정책의 중립기조 전환을 시사하는 대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과거 공격적 금리인하 때에 비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의 톤은 약해지고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표현의 강도는 다소 높아졌다. 성명서는 “신용경색과 주택시장 위축 심화는 향후 몇 분기 동안 경제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하강 위험이 남아 있다”는 문구를 없앴다. 특히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핵심 문구인 ‘시의 적절하게(timely manner)’라는 단어를 뺐다. 크리스토퍼 룹키 도쿄미쓰비시UFJ 금융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가 심각하게 수축되지 않는 한 당분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며 “FRB는 이번 여름을 쉬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예전보다 높아졌다. 무엇보다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에 대해 “최근 몇 달 동안 상승했다”며 “에너지와 다른 상품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한 점도 과거와 다르다. 월가에서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나온다. 집값 하락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고 1ㆍ4분기 경제성적표도 재고 증가를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금리인하 직후 연방금리 선물은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80% 반영했으나 인하 가능성도 20%에 달했다. 데이비드 그린로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로 금리인하 기조가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세금환급이 끝난 뒤 더블딥에 빠질 징후가 나오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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