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종업원들에게 일 할만한 회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장병우 오티스LG 사장은 최근 한국에서 열린 미국 본사 오티스 엘리베이터 창사 150주년 행사에서 기업 장수의 비결을 이렇게 정리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선정된 월마트도 신뢰경영의 표본이다. 창업자 샘 월튼은 “보스는 단 한명, 고객뿐이며 경쟁자에게서 배워라”고 주문하면서 납품업체로부터 선물이나 향응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신뢰 받는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사회공헌
▲탁월한 종업원 관리
▲고객만족을 위한 품질과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존경 받는 기업`이 돼야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존경 받는 기업의 조건 =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은 매년 세계 전 기업들을 대상으로 `존경받는 기업(Most Admired Company)`를 선정 발표한다. 포천의 `존경 받는 기업`의 선정기준은 대략 9가지.
▲경영의 질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혁신성
▲장기 투자 가치
▲재무 건전성
▲우수 종업원
▲환경과 사회에 대한 의무
▲현명한 회사 자산 운용
▲사업 통찰력 등이다. 포천이 발표한 지난 10년간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상위 10위 기업`을 분석한 결과, 우수 종업원 부문은 `인텔`, 현명한 자산운용은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 우수성에서는 `GE` 등이 꼽혔다.
◇고객제일주의가 경쟁력 =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어떤 문제점도 그날 해결하라(Sundown Rule)
▲언제나 고객과 함께(10 foot Ruleㆍ고객과의 거리를 3m이내로 좁혀야 한다)라는 자체 규정을 가지고 있다. 매일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유통업계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월마트를 믿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객의 요구를 알아내려는 노력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월마트는 지난 4월 포천지에서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직원우대가 고객만족으로 = 존경 받는 기업에 꼽을 때 단골인 회사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허브 캘러허 회장은“사업전략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라며 “직원들이 스스로 만족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면 자연히 고객들에게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9?1 테러 사태이후 유나이티드 등 초대형 항공사가 파산직전으로 몰리고 있는 와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미국 항공사로서는 유일하게 단 한차례의 노사 분규도 겪지 않았다.
◇사회공헌활동은 선택 아닌 필수 = 미국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을 경영활동의 필수요소로 삼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고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최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은 해마다 100억달러 정도를 사회에 기부한다. 미국 기업들이 설립한 비영리 재단도 2,000 여개를 넘는다. 지원대상도 불우어린이 돕기부터 예술교육 지원, 환경 등 분야가 광범위하다. 기업들이 정부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하는 부문까지 세심하게 커버해주면서 세계 최강국의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 회피하지 말라 = 존슨 앤 존슨은 82년 대표적인 제품인 타이레놀에 독극물이 들어가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각 회수하고 사과를 함으로써 2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기업과 제품 이미지에 절대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사안을 숨기기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과감히 밝혔던 것이다. 필립 모리스도 자사가 만든 담배의 필터가 문제가 됐을 때 전제품을 리콜, 2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지만 재기에 성공했다. 회사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알리는 것이 반드시 악재로만은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과 아더 앤더슨, 글로벌 크로싱 등은 분식회계와 외형 포장에만 열중하다가 스스로 망한 것은 물론, 나아가 국가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경우다.
사회적 책임 실천ㆍ환경경영 거북걸음
●기업의 신사회도 설문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환경경영은 국민의 `반(反)기업 정서`를 치유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중 하나. 하지만 서울경제의 설문 조사에서 나타난 이 항목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사회공헌 분야의 경우 전체 점수는 68.64로 평균(70.54)에 미치지 못했다.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노력하는지에 대해선 71.60으로 평균치를 간신히 넘었지만,
▲장애인 고용(61.20)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60.00)
▲직원들의 사회 봉사활동(68.60) 등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각종 사회단체의 성금모금 참여(76.00)라는 손쉬운 부분만이 높은 점수가 나왔다.
친환경지향성도 68.3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회사의 이익 일부를 환경보전기금으로 조성하는지에 59.60%만이 `예`라고 답했고, 경영진이 환경경영을 자주 강조하는 지에도 68.60의 저조한 점수에 머물렀다. 보다 적극적인 환경경영 의지가 필요함을 일깨워준 것이다.
美 우수社에 稅감면등 혜택 네덜란드는 `로열`명칭 부여
● 국가별 기업존경 실태
미국, 네덜란드는 사회 공헌도와 실적이 우수한 자국의 유수 대기업들에게 국가별 특징에 걸 맞는 방식으로 존경을 표하고 있다.
미국은 기여도와 사회공헌이 탁월한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감면, 공공기관 입찰 우대 같은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며 대통령이 직접 `말컴 볼드리지상(Malcolm Baldrige National Quality Award)`를 수여하고 있다. 볼드리지상은 87년 레이건 행정부의 상무장관을 지낸 고(故) 말컴 볼드리지의 제안으로 행정부와 의회가 합심해 만들어낸 상이다. 이 상은 미국 기업에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로 효율성과 윤리성에서 성공한 기업을 국가가 나서서 직접 평가하고 치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도 왕실을 상징하는 `로열(Royal)`명칭을 하사해 기업의 로열티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세계적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셸, 항공회사 로열더치KLM`,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필립스도 `로열필립스`가 공식 명칭이다. 로열은 역사가 오래되고 국민경제적 기여도가 높은 대기업에 대해 수여되고 있으며 현재 250여개 대표 기업이 로열 이름표를 달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산하 경제정의연구소가 91년부터 매년 주요기업들의 경제정의지수(KEJI지수)를 발표,`경제정의기업상`을 선정하고 있다.
포천선정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한국업체 선정늘고 순위 껑충
삼성전자는 올해 포천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전자회사` 순위에서 필립스, 도시바 등 세계 굴지의 전자회사들을 제치고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14위에서 대폭 상승한 것이다. 또 삼성전자는 아시아에서 존경 받는 기업(일본 기업 제외)` 순위에서도 싱가포르 항공에 이어 2위에 오르며 괄목할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 역시 철강분야에서 단연 수위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가격경쟁력이나 종업원에 대한 대우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밖에 LG전자가 전자분야에서 13위, 현대자동차와 SK㈜가 각각 자동차분야와 정유분야에서 12위, 13위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기업의 모습을 갖추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전병화 경제정의연구소 부국장은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과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윤리를 충실히 이행하는 기업들을 발굴해야 한다”면서 “다른 기업들도 이를 보고 따를 수 있는 국가적, 사회적 시스템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존경 받는 기업은 사회 전반적인 총체적 지원 하에서 만들어진다는 주장인 것이다.
<최인철기자,김영기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