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ㆍ조선ㆍ섬유ㆍ항공ㆍ에너지 등 20세기를 이끌던 주력 산업도 기술 고도화의 한계를 헤쳐나갈 돌파구를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에서 찾고 있다. 병원과 전통시장, 건물관리 등 전통 서비스업도 ICT를 통해 경쟁력을 모색 중이다.
ICT를 가장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지난해 1월 당시 다임러 최고경영자(CEO)로 세계 최대 가전쇼 CES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그동안 자동차는 기름으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SW)로 움직인다"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로 자동차에 쓰이는 전자제어장치만 100개가 넘고 2030년에는 자동차의 절반이 SW에 의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ICT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굴러가기만 하던 자동차에다 무선통신과 GPS 기술, 텔레매틱스, 지능화된 차량용 정보 시스템 등을 더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눈 깜빡임과 호흡상태를 감지해 졸음운전 때 경보를 울려주고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눈으로 보지 못하는 돌발상황과 장애물을 미리 알려주며 움직이는 차 안에서 사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 카'를 현실로 만들었다.
우리가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는 '똑똑한 전조등(헤드라이트)'이 눈길을 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차세대 지능형 램프(AILSㆍActive Intelligent Lighting System)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일반ㆍ도심ㆍ고속도로ㆍ교차로ㆍ악천후 등 도로상황과 운전여건에 따라 조명 모드가 자동으로 전환된다. 가령 주위가 밝은 도심에서는 빛을 좌우로 넓게 비춰 사각지대를 없애주고 고속도로에서는 전방을 밝게 비춰준다. 곡선로에서는 주행방향으로 조명각도를 미리 바꿔주고 교차로에서는 좌우 측면의 별도 램프를 켜서 사각지대를 줄여준다.
변화에 둔감한 병원이 ICT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면서 환자들도 편해지고 있다.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지 않고 스마트폰과 키오스크(무인안내 시스템), 태블릿PC 등을 통해 진료와 접수는 물론 의료정보 조회와 대기시간 확인, 진료비 결제 등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이 손잡고 만든 '헬스커넥터'의 스마트병원 솔루션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동해 환자 개인별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편리함에 치료의 적합성을 더했다.
옛날 방식과 오프라인을 고집하던 전통시장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중곡동 중곡제일시장과 인천의 신기시장 상인들이 태블릿PC와 카드결제 시스템인 마이샵, 모바일 할인쿠폰인 '스마트월렛' 등을 도입했다. 재래시장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카드결제가 가능해졌고 스마트폰으로 상품전단지를 배포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김정수 SK텔레콤 CSR실장은 "재래시장이 주차빌딩 등 환경을 바꾸는 하드웨어 차원의 변화를 뛰어넘어 ICT와의 융합을 통한 소프트웨어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전통시장의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건물관리에도 ICT가 활용돼 에너지를 크게 줄여준다. 건물이 쏟아내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최소의 에너지로 최적의 환경을 구축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