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PS의 아버지'와 혁신

‘플레이스테이션(PS)의 아버지’로 불리며 전세계 게이머의 우상으로 존경을 받아온 구타라기 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회장이 최근 조용히 사임했다.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과 함께 ‘기술의 소니’를 이끌어온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자식처럼 키워온 플레이스테이션3의 판매 부진에 책임을 지고 회장 승진 반년 만에 물러나는 굴욕을 겪었다. 겐 회장의 불명예 퇴진은 게임기의 절대 강자로 불리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대박으로 위기에 빠졌던 닌텐도의 화려한 부활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겐 회장은 지난 94년 ‘소니가 게임기나 만드는 회사냐’는 사내의 강한 반대를 딛고 플레이스테이션을 내놓으며 소니의 부활을 이끌어왔다. 그는 2004년과 2005년에는 소니의 전자사업을 지휘하며 한때 총괄회장 물망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소니가 겐 회장의 주도 아래 지난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플레이스테이션3는 소비자들에게 비싼 값에 비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은 별로 없는 제품이라는 싸늘한 평가를 받았다. 앞선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첨단기능에만 치중하다 제품 출시가 자꾸 미뤄지고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놓치고 말았다. 반면 지난 10년간 ‘타도 소니’를 외치며 절치부심해온 닌텐도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DS’와 ‘위(Wii)’로 게이머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닌텐도는 지난주 한때 시가총액이 소니를 앞지를 정도로 욱일승천하며 부활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세계 최대 D램 메이커로 90년대 이후 글로벌 전자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삼성전자도 최근 D램 가격 폭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점에서 소니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역시 작금의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직원 수만 9만명에 달할 정도로 공룡처럼 커진 삼성전자가 일부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과 사업 구조조정, 신수종 사업 발굴 등을 통해 다시 한번 도약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말 그대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는’ 자기 혁신만이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삼성이 얼마나 철저하게 거듭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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