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수 "1등 아닌 자들을 위한 희망가죠"

연출가 변신한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데뷔작 '스펠링 비'에 신인배우들만 기용


"로나 씨, 시작해요." 신춘수 연출자(40)의 지시가 떨어지자 연습 무대 위에 5명의 배우들이 V자형으로 선다. 극중 사회자 역할을 맡은 로나가 연기를 시작하자 연출가도 바빠진다. 옆에 앉은 안무가와 잠시 얘기하는 듯하더니 이내 배우들에게 위치를 바로잡으라며 손짓한다. 옆 테이블위에는 포장도 벗기지 않은 샌드위치가 눈에 띈다. '그리스', '지킬 앤 하이드' 등 수많은 히트작을 제작한 스타 프로듀서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가 연출가로 데뷔했다. 미국의 유명 퀴즈프로그램 '스펠링 비(Spelling Bee)'를 뮤지컬로 옮긴 라이선스 뮤지컬 '스펠링 비'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토니상 극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책상 위 샌드위치를 언급하며 점심도 거르고 연습 중이냐고 물으니 그는 웃으며 답했다. "오전부터 미팅이 있어서 점심식사 시간을 놓쳤어요. 공연 연습 중에 먹으려고 했는데 연기하는 배우들 앞에서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요." 그는 지난 9월 추석연휴부터 배우들과 연습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는 스타 제작자 신춘수의 올해 실적은 눈부시다. 올 초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한 뮤지컬 '올슉업'은 일본 후지TV에 무대디자인ㆍ의상 등을 1억 원에 팔았다. 올 여름 공연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제작비 12억 원을 들여 5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2005년 초연 당시 제작비 10억 원을 들여 순손실 5억 원이 발생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대박을 낸 셈이다. 올 가을에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로 일본 투어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신 대표는 "객석점유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잡았는데 객석은 약 65%정도 찼다"며 "비록 적자를 봤으나 뜨거운 관객 반응 등으로 일본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재확인한 공연이었다"고 평가를 내렸다. 항간에 그가 연이은 히트작이 벌어준 엄청난 돈으로 호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났다. 이에 대해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올 초 공연한 연극 '갈매기'에서 3억 원의 적자를 봤어요. 2004년 17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뮤지컬 '크레이지 포 유'에서 발생한 적자를 다 메우지도 못한 상태에서요." 그는 여유 있는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사실 '갈매기'는 객석이 100% 차도 적자가 나는 공연이었어요. 내년에도 이런 정통극을 한번 더 해 보고 싶어요." 그의 연출 데뷔작 '스펠링 비'에는 뜻밖에도 스타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 연극 '갈매기'의 조민기, 뮤지컬 '나인'에 출연할 예정인 황정민 등 스타캐스팅에 능하기로 소문난 신춘수표 공연으로는 다소 뜻밖이다. 이를 묻자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작품 '스펠링비'는 사회에서 1등이 전부가 아니라는 희망적이고 역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스타들보다 신인 배우들이 더 잘 어울리겠죠." 뮤지컬 '스펠링 비'는 오는 11월 13일부터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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