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차생산 중단] 1~2년뒤 팔 車 없을수도

해외공장도 줄줄이 삐걱…재기불능 위기감 고조

아반떼 XD 후속모델(프로젝트명 HD)

“최근 경영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차 붐’을 일으켜 내수회복 및 수출의 활로를 모색하려고 했는데….”(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 현대차그룹이 주요 해외사업에 이어 핵심 기반인 신차 프로젝트마저 무기한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특히 신차 생산이 좌절되면 중장기 경영전략이 흔들리고 미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재기 불능의 위기에 빠질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 당장도 문제지만 1~2년 후에 시장에 내다팔 차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차 디자인부터 출시시점까지 꼼꼼하게 챙겨오던 정몽구 회장의 공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신차 프로젝트마저 차질=현대차는 당초 오는 5월1일부터 울산공장 내 제3공장에서 아반떼XD의 후속 모델인 ‘HD’를 생산하면서 대대적인 신차 붐을 일으켜 영업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생산차질로 내수기반마저 흔들거릴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는 HD 생산을 위해 이미 기존 아반때 XD 제조설비의 상당 부분을 교체한 데 이어 HD의 엔진과 변속기ㆍ구동축 등을 포함한 핵심 부품(파워트레인)은 물론 주요 내장부품까지도 반조립(모듈) 상태로 제3공장에 납품받아 완전 조립하기로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찰 수사 여파로 안팎의 신경이 온통 총수의 거취에 쏠려 있어 HD 신차 프로젝트와 같은 중요 사업이 진통을 겪어도 상층부에서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언제 생산을 개시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실제로 아직까지 해외에서의 수출주문조차 받지 못하는 등 HD 출시를 통한 영업활로 모색은 당분간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HD의 생산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던 협력업체들 역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비용 상승 등으로 한달 벌어 겨우 다시 한달을 버티는 상황인데 현대차와 같은 대형 구매고객이 납품일정을 연기하게 되면 생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해외공장 줄줄이 삐걱=글로벌 경영의 핵심인 주요 해외공장 건설도 실질적인 올스톱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기아차는 동남아 시장 개척을 위해 이 지역 국가 중 한 곳에 CKD 공장을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해왔으나 27일 정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이를 백지화했다. 그룹 관계자는 “총수인 정 회장의 신병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과 현대차 체코 노세비체 공장의 착공식 역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리 파루벡 체코 총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나 산업자원부 장관이 다음달 현대차의 체코 공장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방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28일 보도했다. 체코 정부는 오는 6월 총선 등을 앞두고 총 1만명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현대차 공장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아직 체코 측으로부터 공식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계약 당사자인 정 회장의 부재로 정상적인 계약체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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