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감시할 정도로 각종 위치추적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편명 MH370)는 수색한 지 만 나흘이 지나도록 잔해조차 찾지 못해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각종 위치추적 기술은 대부분 '지상용'으로 국한돼 해상이나 공중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주요 외신들의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위성과 연결되는 위성항법장치(GPS)나 와이파이(Wi-F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파를 받는 기지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기지국을 세울 수 없는 하늘이나 해상에서는 수색작업에 모든 첨단기술을 활용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해상이나 영공은 육지와 달리 전파탐지기를 세우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주기적으로 무선을 보내지 않는 한 레이더상에 항공기 위치는 나타나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탑승객들의 휴대폰이나 GPS칩도 추적하기 힘들다. 이들 기술이 적용되려면 기내 안에 기지국이 있어야 하는데 말레이시아항공은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기내에 기지국도 존재하지 않는다.
블랙박스 훼손에 대비한 '비상위치송신기'라는 장치도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무용지물이다. 서구권에서는 지난 2009년 에어프랑스 447기의 해상사고 이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맞는 비상수신기를 기내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항공은 비용 문제 등으로 아직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비상 응급신호를 자동으로 보내는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 시스템(ACARS)'도 이번 사고 때는 작동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폭발에 따른 기계손상 가능성과 깊은 수심에 묻혀 있을 가능성 등을 동시에 제기했다.
잔해수색에 난항을 거듭함에 따라 11일 관련국들은 수색범위를 말레이반도 동편 남중국해 연안 일부에서 말레이반도 서편에 위치한 안데만해까지 대폭 확대했다. WP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했다면 잔해는 더 깊은 바다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사고로 기내 위치파악을 위한 최첨단 기술 적용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텔레그래프는 이날 테러범으로 추정돼온 위조여권 탑승자 두 명이 유럽 밀입국을 노린 이란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이란인 브로커를 통해 특정 항로가 아닌 베이징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장 싼 경로의 항공권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고가 테러와 무관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